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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이마트, 내실은 오리온

  • 2023.02.18(토) 10:05

[주간유통]주요 유통·식음료 작년 실적 비교
마트보다 백화점, 유통보다 식음료 선전

'실적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유통과 식음료 업체들도 작년 한 해 성적표를 받고 있습니다. 유통과 식음료는 서로 경쟁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제품 생산과 유통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실적을 한데 모으면 시장 전체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성적은 업계별로, 업체별로 엇갈리는데요. 마트보다는 백화점이, 유통보다는 식음료가 돋보였던 한해로 요약됩니다.

2022년 주요 유통·식품업체 매출 / 그래픽 = 비즈워치

유통 맏형급으로 '체급' 올린 CJ제일제당

18일까지 작년 실적을 공시한 주요 유통 식음료 업체 10곳의 연결 기준 실적을 모아봤습니다. 유통업계에선 △이마트 △신세계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식품업계에선 △CJ제일제당 △농심 △동원F&B △대상 △하이트진로 △오리온 등입니다.

덩치가 가장 큰 곳은 이마트입니다. 작년 이마트의 매출은 29조333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7% 늘었습니다. 이마트가 살아났고 G마켓과 SCK컴퍼니(한국 스타벅스) 인수 효과를 봤죠. 두 번째는 CJ제일제당입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지난해 CJ제일제당 매출은 18조77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3% 늘었습니다. 작년 한 해 국내외서 팔린 만두 매출만 1조원이 넘었죠.

삼성가에서 분가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유통·식품업계의 매출 1·2위를 다투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성장세가 돋보이는데요. 이마트가 해외 진출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CJ제일제당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서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죠.

그다음은 △롯데쇼핑(15조4760억원) △신세계(7조8128억원) △현대백화점(5조141억원) 등 순입니다. 

매출 증가율을 보면 백화점의 선전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명품에 대한 소비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것을 보여주는 지표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전년동기대비 매출 증가율은 각각 23.7%, 40.4%에 이릅니다. 두 곳 다 면세점이 살아났고 현대백화점의 경우 새롭게 인수한 매트리스 회사 지누스의 실적이 작년 3분기부터 연결됐습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실적이 합쳐진 롯데쇼핑은 조사대상 중 유일하게 전년동기대비 실적이 감소했습니다. 마트 등 점포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분석됩니다. 

동원F&B와 대상은 나란히 매출 '4조원 클럽'에, 농심은 '3조원 클럽'에 각각 가입했습니다. 지난해 식음료 업체들이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중 대상은 천천히 매출을 키우고 있지만 과거에 CJ제일제당과 경쟁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법합니다.

2022년 주요 유통·식품업체 영업이익 / 그래픽 = 비즈워치

압도적인 내실 경영 오리온

내실을 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비교한 영업이익률은 조사대상 중 오리온이 가장 높습니다. 지난해 오리온은 2조8732억원 어치를 팔아 4667억원을 남겼습니다. 영업이익률이 16.2%에 달하는 것이죠. 조사대상 중 오리온의 매출은 9위에 머물렀는데 영업이익률 1위입니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서 매출이 확 는 가운데 광고비 등은 줄이는 수익성 경영 덕분이죠. 이마트 전성기 시절을 이끈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2014년 오리온으로 넘어온 뒤 오리온의 내실 경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그다음은 △신세계(8.3%) △하이트진로(7.6%) △CJ제일제당(6.8%) △현대백화점(6.4%) 등이 이었습니다. 신세계의 영업이익률이 현대백화점을 앞선 것도 눈에 띕니다. 덩치나 내실 모든 면에선 신세계가 앞선 것이죠. CJ제일제당의 작년 영업이익은 1조2682억원으로, 조사대상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겼습니다. 규모와 내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얘기죠. 

내실 경영의 잣대인 ‘영업이익률 5%’를 넘기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농심, 동원F&B, 대상의 영업이익률은 3%대에 수준입니다. 원자재 부담이 느껴지는 대목이죠.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5%, 0.5%에 머물렀습니다. 유통 맏형의 내실이 가장 뒤처진 셈인데, 가장 매출이 많은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이 1%대가 채 되지 않았죠. 현재 이마트를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를 그의 동생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이끈다는 점을 보면 남매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입니다. 

올해 실적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계의 이자비용이 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백화점 대신 마트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백화점의 주요 고객은 불황에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도 나오죠. 해외 진출에 성공한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은 올해도 안방 시장에 머문 다른 회사들의 부러움을 살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는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M&A 성과에 따라 판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올해 유통·식음료 업계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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