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올몰트 맥주 '켈리'로 맥주 시장 1위 탈환에 나선다. 지난 2019년 출시해 시장에 안착한 테라 정도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면 카스를 잡고 통합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시 '올몰트'
하이트진로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각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몰트 맥주 신제품 '켈리'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3월 선보인 테라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대형 신제품 맥주다.
켈리는 덴마크산 맥아만 사용한 올몰트 맥주(전분, 쌀 등을 이용하지 않고 보리만으로 만든 맥주)다. 기존 맥주가 1차례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7℃와 영하 1.5℃에서 2회 숙성했다.
켈리는 진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와 시원하고 청량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모두 잡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올몰트 맥주 특유의 진하고 씁쓸한 맛을 살리는 동시에 높은 탄산감으로 청량한 맛도 잡았다는 설명이다.
패키지도 차별화했다. 국내 최초로 호박색(앰버) 병을 개발해 도입했고 병 디자인도 콜라병을 연상케 하는 곡선을 강조해 기존 맥주와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테라+켈리=1위?
하이트진로는 출시 초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해 켈리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켈리가 2019년 테라 수준의 돌풍을 일으킨다면 오비맥주를 누르고 맥주 시장 1위로 복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청량감을 강조한 테라와 올몰트 맥주 켈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다.
하이트진로는 앞서 2019년 테라 출시 당시에도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테라는 출시 첫 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부진하던 하이트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유흥 시장이 침체, 테라의 성장세도 꺾이며 1위 탈환에 실패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테라가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지만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을 피해가지 못했다"며 "켈리를 통해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잠식 효과(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청량감이 강조된 테라와 올몰트 맥주인 켈리의 소비층이 크게 겹치지 않고 일부 매출이 잠식되더라도 카스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란 계산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미 좋은 사례를 만들어 낸 바 있다. 5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던 참이슬을 두고 진로(이즈백)를 내놓은 2019년이다. 당시에도 진로가 참이슬의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소주 점유율을 60%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켈리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한편 하이트진로의 기존 올몰트 맥주인 맥스는 단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테라 출시 이후 매출이 급락했고 켈리와 콘셉트가 겹치는 만큼 라인업 정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단종은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도태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단종될 것"이라며 맥스의 단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