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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포장에 진심인 컬리…"환경·안전 모두 잡아야죠"

  • 2023.04.26(수) 07:20

곽경선 컬리 패키징R&D센터장 인터뷰
박스 크기·주문량 따라 배송 방식 세분화
친환경 배송 고민…일회용 쓰레기 줄여야

그래픽=비즈워치

오전 9시. 고객이 소고기 300g과 계란 10개, 우유 900㎖을 주문했다. 소량 주문용 16호 박스에 담는다. 오늘 새벽 기온은 영상 11도. 아이스팩은 1㎏짜리 1개가 동봉된다. 그때그때 감으로 결정하는 게 아닌, 컬리의 '패키징 R&D센터'가 공지하는 가이드에 맞춘 시스템이다.

유통업계 유일 '패키지 센터'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인 컬리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항목 중 하나는 바로 배송과 배송 시 발생하는 택배 쓰레기 문제다. 식품류가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컬리는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따로 포장할 수밖에 없어 다른 이커머스보다 문제 해결이 더 어렵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컬리는 택배 쓰레기 문제 해결에 진심인 편이다. 2019년에는 '올 페이퍼 챌린지'를 시작해 배송 시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모든 택배 관련 소비재를 종이 재질로 교체했다. 

자사앱에도 정기적으로 컬리의 포장재 철학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메인 배너에 노출할 계획이다. 현재 컬리의 친환경 약속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게재돼 있다.

컬리의 퍼플박스/사진제공=컬리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에는 패키징R&D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 중에는 패키지 연구소를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유통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부서다. 포장용 박스의 규격과 재질부터 냉매의 중량과 수량, 상품별 적정 온도 설정까지 포장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한다.

패키징R&D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보냉 종이 파우치는 포장 기술 시상식인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에서 이커머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1년 도입한 '퍼플박스' 역시 이 팀의 노하우가 담긴 작품이다. 지난해 퍼플박스 도입으로 인해 절감한 종이박스만 966만개에 달한다. 

종이테이프와 종이봉투 도입 후 OPP 테이프 약 6만㎞, 비닐봉투 700만개를 절감했다. 지난해 4월 이커머스 최초로 개발한 재생수지 아이스팩을 통해 9개월간 비닐 생산량도 542톤 줄였다. 올해부터는 '최적 포장 제안 시스템'을 구축, 동일 주문 대비 박스 크기가 8% 작아졌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업계 유일의 패키징R&D센터가 있다.

컬리 포장의 A to Z

곽경선 컬리 패키징R&D센터장(왼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지난 24일 서울 장지동 컬리 송파물류센터에서 곽경선 컬리 패키징R&D센터장을 만났다. 올 페이퍼 챌린지, 퍼플박스 등 컬리의 포장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패키지 전문가'다. 

-R&D 연구소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나요

△외부 온도를 6개 절기로 나눈 후 모니터링해 박스의 크기, 배송권역,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어떤 냉매를 얼마나 넣을지 결정하는 연구를 합니다. 현재 운용 중인 포장법만 약 100여가지에 달합니다. 냉동 제품이 배송 시 얼마나 녹는지, 포장이 파손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도 분석하고 배송 개선 시 적용하고 있습니다. 퍼플박스도 저희의 연구 결과죠.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 갯수까지 테스트를 통해 결정하신다구요

△예를 들어, 똑같이 고기와 계란, 우유를 주문하시더라도 오전에 주문하신 고객의 포장박스에는 아이스팩 1㎏ 1개가 들어가고 샛별배송 마감 직전에 주문하신 고객의 박스에는 500g 1개가 들어갑니다. 오전 주문 상품이 먼저 포장되는 점을 고려한 거죠. 

냉동·냉장 제품의 경우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제품의 변형을 실험해 최적 온도와 포장법을 찾습니다. 이를 위해 대당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챔버를 3대 운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고객에게 배송되는 온도·습도에서의 적절한 포장법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재사용 포장재인 퍼플박스를 운영 중인데, 어떤 특징이 있나요

△상온 28℃ 기준으로 냉장 제품은 약 12시간 동안 10℃를, 냉동 제품은 약 11시간 동안 -18℃를 유지할 수 있는 보냉박스입니다. 고객의 1회 평균 주문량과 주문 상품들의 부피를 계산해 1회 주문량을 충분히 수납할 수 있도록 경쟁 제품 대비 큰 용량(47ℓ)으로 개발했죠.

2019년부터 재사용 박스를 개발했는데, 처음에는 플라스틱 수납함 형태로도 만들어 보고, 작은 사이즈로도 만들어 봤지만 이 형태와 사이즈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회수형이 아니라 고객이 보관하는 방식을 택해 위생적으로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곽경선 컬리 패키징R&D센터장(사진 왼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배송 시 발생하는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고객들의 친환경 의지가 강한 만큼 일회용품을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부피가 작은 플라스틱 파우치와 단일재질 에어캡을 도입해 분리수거의 불편함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우치의 경우 적재가 어렵고 식품의 특성상 파손 우려도 있어 적극적인 도입이 쉽지 않습니다.

냉장·냉동 제품에 들어가는 아이스팩의 경우, 아이스팩의 물을 소비자들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생수로 바꾸자는 의견도 논의되고 있지만, 생수병의 형태상 보냉력이 떨어지고 용기 깨짐 등의 우려도 있어 도입하지 못했죠. 

-패키지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뭘까요

△제품의 안전과 환경 사이에서의 중심점을 잡는 거죠. 환경 보호를 위해 포장을 줄이면 파손이나 변질 우려가 생기고, 조금 더 안전하게 포장을 하려다 보면 과포장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안전과 환경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적점을 찾는 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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