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부진에 빠진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퀵커머스(즉시 배송)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SSM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정부 규제에 이커머스의 공세까지 겹쳐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이를 빠른 근거리 배송으로 타개하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다만 낮은 수익성과 경쟁 가열은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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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홈플러스의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즉시배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즉시배송은 1시간 내외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홈플러스의 퀵커머스 서비스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3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내거는 등 퀵커머스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SSM GS더프레시는 퀵커머스가 주력으로 떠올랐다. 온라인을 통한 배송 강화로 지난해 GS더프레시의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220% 성장했다. GS더프레시는 '요마트'의 소형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GS더프레시 점포의 채소·과일 등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전체 GS더프레시 매장 중 90% 이상이 이 배송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마트의 SSM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지난해 11월 'e마일'을 론칭해 퀵커머스에 뛰어들었다. 이 역시 점포 반경 2㎞ 이내 고객들의 주문 상품을 최소 1시간 내 배송해준다. 현재 230여 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단순 배송뿐 아니라 픽업 주문도 강화 중이다. 앞으로 서비스 매장을 점차 늘려 나가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왜 퀵커머스 꽂혔나
SSM의 퀵커머스 강화는 성장 침체 극복과 맞닿아 있다. SSM은 대규모 유통기업에서 운영하는 슈퍼마켓이다. 일반 슈퍼마켓보다 크지만 대형마트보다는 작다. 대형마트가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소규모 틈새 시장을 주로 공략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간단한 식료품마저도 이커머스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늘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만 집중됐던 빠른 배송서비스의 사정권이 지방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의 퀵커머스 서비스인 B마트도 세를 확장 중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SSM 점포수는 2020년 1191개에서 2021년 1109개 2022년 1089개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각종 정부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SSM은 대형마트와 같이 의무 휴업으로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간단한 식료품은 인근 편의점, 식자재마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여기에 전통시장 1㎞ 이내에는 출점할 수 없다는 규제도 있어 사실상 새 점포를 내기도 어렵다.
퀵커머스는 이를 타개할 유일한 돌파구인 셈이다.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퀵커머스의 핵심 역량은 도심 속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에서 나온다. 그래야만 주문 즉시 배송에 나설 수 있다. 배송망 구축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기존의 이커머스는 별도 물류센터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완화가 점쳐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대형마트, SSM의 의무 휴업일 개선, 휴일 온라인 배송을 허가 등이 예상된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규제'를 철폐하라고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현된다면 퀵커머스 등 다양한 매장 배송 형태가 더욱 발달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기대다.
물론 퀵커머스도 완전한 해결사는 아니다.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퀵커머스는 상대적으로 구매단가가 낮다는 선천적 한계가 있다. 마진이 낮은 생필품이 주요 상품이이라서다. 여기에 배송기사 확보 등 추가 비용 투입도 필연적이다. SSM들이 '2, 3만원 이상 주문시 무료 배송'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여기에 리오프닝 국면 속 비대면 수요 감소로 주문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SSM 롯데슈퍼는 지난 2월 '1시간 바로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 6월에는 온라인 택배 배송과 정기배송을 중단했다. 현재 롯데슈퍼에 남은 배송서비스는 당일배송 정도다. 마트 사업과 통합을 위한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었다는 게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그만큼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SSM은 면적이 작아 출점 비용이 적은 데다 소규모 상권에도 입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규제 강화와 코로나19를 거치며 경쟁력이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퀵커머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전반적인 업황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