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대책이 오히려 현장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규제 강화보다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사례로 전체 규제하면 부작용"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위한 필수품목 제도 개선’ 정책세미나를 열고 공정위 대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나눴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필수품목 항목 및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계약서에 기재하는 개정법안과 가맹점에 불리한 계약사항으로 변경할 시 가맹점과 본사가 협의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가맹본부가 다수의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가격을 인상하면서 원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면서다. 현재 개정법안은 국회에서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다수 선량한 가맹본부와 가맹점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업계 현실을 반영한 신중한 정책적 고민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사업실장은 "필수품목 관련 분쟁 비중이 낮고 논란 사례들은 1만2000개 브랜드 중 극히 일부인데, 업계 전체를 옥죄는 것은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헌법상 기업운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진 법무법인 KLF 대표변호사는 "원재료·상품은 수량이 많고 가격 변동 가능성이 높아 항목과 가격 산정 방식 기재가 불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공정위가 적정 도매가격을 고시해야 하는데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과다한 물적·시간적 비용이 소요돼 법의 목적달성을 방해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성실협의 의무를 부과할 경우 신메뉴 사전 노출, 출시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사가 신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동의를 구할 경우 일부 가맹점이 반대하면 신메뉴 개발이 어려워지고, 본사와 가맹점 모두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혁용 고려대 법학박사는 "미 연방대법원은 브랜드 간 경쟁 활성화의 소비자 후생·복지 증진 효과에 주목해 프랜차이즈 위법성을 완화된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고, 유럽 또한 유사한 관점에서 품목 80% 자사 구입 강제를 합법 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대안은
전문가들은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사업 시작 전후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도한 규제를 앞세우기보다는 자율적인 교육 강화를 통해 분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본사가 갑, 가맹점이 을이라는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0개 미만의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가 전체의 97%"라며 "소규모 본부는 가맹점들의 의향대로 끌려가는 형태"라고 말했다.
가맹희망자 교육 강화 방안도 제시됐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규제가 늘면서 양적 정보만 늘어났기 때문에 질적 정보를 제공하는 게 더 시급하다"며 "정부기관이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예비창업자에게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로열티 제도의 재정비도 해결 방안으로 제시됐다.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업계 관행상 로열티를 받지 않고 필수품목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로열티 중심인 해외와의 차이다. 로열티 방식이 정착한다면 필수품목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법학박사는 "공정위는 경쟁과 무관한 일반 공산품에 포커스를 맞추고 업계도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만능주의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업계가 로열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