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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VIP 기준 하향' 뒤에 감춰진 고민

  • 2024.02.20(화) 06:45

최상위 연간 구매 기준 금액 하향…혜택은 강화
명품 없는 지역 밀착형 강조…실적 지지부진 '고민'
'모객 효과 극대화' 통한 실적 향상 목적

/ 그래픽=비즈워치

AK플라자가 VIP의 문턱을 낮췄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VIP 멤버십 기준을 상향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대신,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VIP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 좀 더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찾게끔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기존 VIP 기준을 낮추고 혜택을 높였다. '종전보다 덜 사도 혜택은 많이 주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VIP 문턱 낮췄다

AK플라자는 올해 VIP 멤버십 ‘A*CLASS’ 제도를 개편했다. VIP 기준 완화하고, 상시 할인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AK플라자의 올해 VIP 등급제도 구성은 △E-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크리스탈 △골드 △실버 순이다. 최상위 등급인 E-다이아몬드는 지난해 연간 7000만원 이상 구매했어야 한다. 기존에는 연간 구매금액이 1억원을 넘어야 했다.

백화점별 VIP등급 기준 /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AK플라자의 최상위 등급 기준은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최상위 기준 금액과 차이가 크다. 백화점 3사가 발표한 2025년 기준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경우 최고 등급인 자스민 블랙은 연간 구매금액 1억5000만원 이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최상위 구매금액 999명으로, 바로 아래 등급이 연 1억2000만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그 이상이어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최상위 등급 고객을 자체 기준으로 선정한다. 1억원 이상 구매해야 차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상위 등급의 기준 금액은 그 이상이다. 

AK플라자는 중간 등급인 다이아몬드 등급도 기존 연간 구매 금액 7000만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맨 아래 등급인 실버 등급의 경우 기준 구매 금액을 8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변경했다. 실버등급의 경우 '미래의 VIP 고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남들 다 올릴 때 왜?

주요 백화점 3사(롯데, 현대, 신세계)는 내년 VIP 선정 기준을 상향해 발표했다. 팬데믹 기간 보복소비 여파로 명품 등이 인기를 끌면서 VIP 선정 기준을 충족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각 등급별 라운지가 붐비면서 기존 VIP 고객들의 민원이 발생하자, 기준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은 구매금액 1억2000만원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새로운 등급을 신설했다. 바로 밑 등급인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골드 등의 등급 기준을 1000만원씩 상향 조정했다. 현대백화점도 내년도 VIP 산정 금액 기준을 일부 조정했다. 최상위 등급인 자스민 블랙은 기존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자스민 블루는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자스민은 5500만원에서 6500만원 등으로 조정했다.

 

명품 시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AK플라자의 경우 여타 백화점 업체들과 달리 VIP 등급 부여 구매 기준 금액을 낮췄다. 업계에서는 AK플라자의 이번 조정에 대해 "매출 향상을 위한 자구책"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AK플라자에는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VIP 기준만큼의 실적을 채우는 고객 수가 적었을 것이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AK플라자는 그동안 명품 없는 '지역 밀착형' 백화점을 내세워왔다. AK플라자의 백화점 점포는 현재 수원, 분당, 평택, 원주 등 4곳이다. 이외 홍대, 기흥, 광명, 금정, 세종 등에서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AK플라자는 한때 갤러리아백화점과 업계 4위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를 철수하고 백화점에서 쇼핑몰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입지가 애매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없이 고객들이 1억원 이상의 실적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며 "여기에 점포들이 위치한 해당 지역의 구매액 수준에 맞춰 VIP 기준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실적 자구책 될까

AK플라자는 최근 4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매출액도 지난 2019년 2487억원에서 2020년 팬데믹 발생 이후 2100억원대로 떨어졌다가 2022년과 작년에는 24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타 백화점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이번 조치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AK플라자는 대외적으로는 '일상 속에서 백화점 VIP 혜택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여 실적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명품 부재에 따른 매출 감소를 혜택 강화로 메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AK플라자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고객들이 AK플라자 매장을 더욱 많이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혜택이 많아야 한다. AK플라자가 이번에 혜택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등급 이상 최상위 고객에게는 기존 최대 7% 상시 할인을 '10% 할인'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세일 상품에도 5%의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할인 미적용 상품은 0.5~1.0% 적립해준다.

발레 주차(대리 주차) 서비스도 강화했다. 기존 플래티넘 이상 고객에게 제공되던 발레 주차 서비스를 VIP 등급 중 최하위에서 두 번째 등급인 '골드' 고객에게도 제공하기로 했다. 주요 3사의 경우 해당 금액 기준에서는 발렛파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경쟁 백화점과 달리 VIP 제도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더 많은 고객들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면서 "기존 라운지 환경과 음료 등 서비스 개선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VIP 선정 기준을 낮추는 것은 객단가를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VIP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한번 경험하고 나면, 이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일단 매출이 늘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VIP 할인 혜택 확대를 감수하고서라도 매출 증대 효과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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