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가 지주사 AK홀딩스의 전방위 지원을 받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K플라자는 지난 5년간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해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재무구조를 본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흑자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올해 본업을 강화하는 데 보다 집중한다는 목표다.쌓이는 적자와 빚
AK플라자는 오는 13일 최대주주 AK홀딩스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금전 대여를 받는다.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앞서 AK플라자는 지난해 12월 19일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AK홀딩스로부터 60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사이 AK홀딩스로부터 총 16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은 셈이다. 이 돈은 모두 AK플라자의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AK플라자가 유상증자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AK홀딩스로부터 추가 자금을 조달한 것은 유상증자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K플라자는 당초 주주들로부터 총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에 한국철도공사, 애경자산관리 등의 주주가 불참하고 최대주주인 AK홀딩스만 참여하면서 조달 규모가 줄었다.
이처럼 AK플라자가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AK플라자는 오랜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AK플라자는 2013년 한때 매출액이 5000억이 넘는 대규모 백화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성장이 완전히 정체돼있다. AK플라자의 2023년 매출액은 2476억원에 불과하다. 2019년부터는 5년 연속 순손실을 내기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AK플라자가 2018년부터 추진한 NSC(근린형 쇼핑센터) 전략이 패착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AK플라자는 홍대, 광명 등에 지역 친화형 MD를 갖춘 중대형 쇼핑몰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명품 매장이 없는 AK플라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시기 채무가 급증하며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2019년 195.0%였던 AK플라자의 부채비율은 2021년 1102.3%, 2022년 4094.9%까지 올랐다.
결국 애경그룹은 2021년부터 관리·기획형 리더에게 AK플라자 수장을 맡기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았다. 계열사들이 대여, 유상증자, 무상감자 등으로 AK플라자를 지원한 끝에 AK플라자는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을 703.1%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K플라자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오는 7월과 8월에는 각각 100억원, 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돌아온다.
본업 강화
AK플라자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통해 사업 정상화에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은 재무구조 개선에 더 집중했다면 이제는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AK플라자는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강용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1997년 AK플라자(옛 애경백화점)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AK플라자에서만 일한 '백화점맨'이다. 현장을 잘 아는 대표를 선임하면서 본업을 더욱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AK플라자 분당점의 재인수다. AK플라자는 지난해 말 AK플라자 분당점을 투자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AK플라자는 지난 2015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분당점을 캡스톤자산운용에 매각하고 재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캡스톤자산운용은 AK플라자 분당점을 투자자산으로 조성한 부동산 펀드를 운용 중이다. AK플라자는 이 부동산 펀드의 지분을 이달 중 최대한 확보해 다시 분당점의 주인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분당점의 부동산 가치가 높은 만큼 이번 인수는 AK플라자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임대료 측면에서도 고정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분당점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AK플라자는 분당점의 영업 활성화와 MD 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AK플라자는 NSC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 쇼핑몰 시장이 커지는 만큼 NSC의 성장세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업계는 쇼핑몰 사업에 투자를 크게 늘리는 추세다.
AK플라자 역시 홍대점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AK플라자는 홍대 상권 특성에 맞춰 만화 상품 판매점, 캐릭터 카페, K팝 팝업스토어 등을 입점시키며 1020세대를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홍대점의 매장 매출은 2023년 전년 대비 59.2% 성장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도 25.3% 증가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AK플라자만의 NSC 전략이 안타깝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리며 잘 통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홍대점 등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이라며 "이런 NSC 영업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 고정비용 절감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