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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스크린에 봄이 올까"…극장들, 수익성 확보 '안간힘'

  • 2024.02.22(목) 06:40

[워치전망대]영화관 3사 중 CGV만 '흑자'
OTT에 밀려…'특별관' 강화 전략
양질의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 갖춰야

/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국내 주요 영화관 3사(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매출액은 모두 전년 대비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CJ CGV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화관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특수관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관객들이 이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익숙해진 탓에 굳이 일반 영화관보다 가격이 높은 특수관을 찾을 이유가 없어서다.

매출은 늘었지만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CJ CGV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58억원으로 전년보다 21% 늘었다. 영업이익은 49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인니, 튀르키예 등 해외까지 모두 관객 수가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단독 콘텐츠 확대, 4DX를 통한 스크린X의 글로벌 확장, AI 기반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CJ CGV는 "매출 증대와 운영 효율화를 지속하면서 전 사업 부문이 코로나 이후 첫 전사, 전사업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서는 매출이 줄었음에도 비용 효율화를 통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209억원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영화관 3사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반면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보다 13% 늘어난 5621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롯데컬처웍스는 "투자·배급 작품이 흥행 부진했고 고정비 증가로 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콘텐트리중앙이 운영하는 메가박스는 지난해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 2022년 79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지난해엔 180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매출은 3101억원으로 전년보다 42.6% 증가했다. 지난 4분기에 투자·배급한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한 덕분이다. 메가박스는 "운영 효율화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수익성이 높은 광고 매출의 감소 등으로 영업적자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회복되지 못한 관객 수

영화관들은 코로나 당시 큰 타격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관객 수가 크게 감소해 어쩔 수 없이 점포 효율화, 인력 감축 등의 자구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 영화관들은 3년 연속 가격을 인상하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영화관들의 안간힘에도 불구, 관객 수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2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관객 수는 1억2514만명으로 전년 대비 10.9% 늘었다. 분명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9~2023년 전체 영화 중 특수상영 매출액 및 관객 점유율 / 그래픽=비즈워치

영화관 3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65.9%, 전체 관객 수는 55.2% 수준에 그쳤다. 극장을 떠나간 관객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팬데믹 기간동안 야외활동이 자유롭지 않자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의 OTT에 집중했다. 여기에 영화관들이 살아남기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서자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영화관으로의 발길을 끊었던 탓이 컸다.

이에 따라 영화관들은 '현장감'을 강조한 특별관에 집중, 관객들에게 기존의 영화관과는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떠나간 관객들을 다시 불러들이려 하고 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실제로 지난해 특수상영(4D·IMAX·ScreenX·Dolby Cinema) 전체 매출액은 11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감소했다. 특수상영관 전체 관객 수도 737만명으로 전년 대비 14.8% 줄었다.

올해 돌파구는요

그럼에도 영화관들은 여전히 '특별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콘텐츠와 먹거리를 선보여 관객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영화관들이 특수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영화관이 지닌 특성상 특수관 강화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방 산업인 영화 산업이 여전히 침체기인 만큼 영화관들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하지만 영화관들 입장에서는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CJ CGV는 '오프라인 라이프 스타일 공간 사업자'로의 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단독 콘텐츠를 확보하고 특별관을 통한 차별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엔 4DX 스크린(오감체험과 다면상영을 합친 특별관)을 울트라 4DX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선보였다.

F&B 수익 확대와 영화관 공간을 활용한 광고 경쟁력 제고에도 나섰다. 최근 오리온과 협업해 '고래밥콘'을 출시하는 등 IP 협업을 통해 팝콘, 콜라 외에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CJ CGV 관계자는 "재미있는 영화와 더불어 극장 방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먹거리, 즐길거리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CGV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롯데시네마는 특수관과 극장공간을 활용한 콘텐츠 기획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엔 쿠폰 적립 프로모션도 전개하기 시작했다. 영화 예약이나 팝콘 구매액에 따라 스탬프를 적립해주고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고객 참여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 역시 돌비 시네마 등의 특별관 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돌비 시네마의 강점이 드러나는 작품을 상영하는 데 집중함과 동시에 매달 돌비 시네마 기획전을 열어 단골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영화관들이 양질의 콘텐츠는 제공은 물론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관람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극장과 OTT 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극장에서 관람해야 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구분해 선별적으로 관람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극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비싸진 관람료만큼의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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