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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인데"…라면 빅3, 웃지 못하는 이유

  • 2024.03.15(금) 17:16

해외 실적에 실적 큰 폭 증가
가격 인하 요구 커지며 부담

라면업계가 지난해 나란히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라면의 해외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그러나 정부가 주요 제품의 가격 추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라면업체들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나란히 최고 성적

농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4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늘었다. 영업이익도 89.1% 증가한 21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해외법인 덕분이다. 미국법인은 제2공장이 가동되며 현지 유통업체 매출이 확대됐다. 미국법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4%, 131.4% 증가했다. 중국법인의 매출은 전년보다 4.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11% 늘었다. 국내 수출도 증가해 전체 매출의 약 37%,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삼양식품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929억원, 매출액은 146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31.2%, 62.5% 증가한 수치다. 삼양식품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역시 해외 매출 확대가 삼양식품의 성장을 견인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해외 매출은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4분기에도 중국 최대 쇼핑 행사 광군제(11월 11일)에서 130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해외 실적이 호조를 보였다.

오뚜기도 지난해 매출액 3조45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8.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3% 증가한 2549억원이었다. 오뚜기는 아직 해외 매출액이 전체 매출의 10% 수준에 불과하고 이 중 라면의 비중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라면 판매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고치 경신한 라면 수출액

이처럼 해외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가 지속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4.4% 증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9년 연속 매년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수출 증가폭(1억8700만달러)도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라면 수출국은 역대 최다인 132개국이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3개국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1월 수출 역시 8600만달러로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1월 대비로도 39.4% 늘어난 수치다. 관세청은 올해 10억달러 수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라면 제품인 농심 '신라면'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매출액 1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해외법인과 수출을 포함한 해외 매출액은 7100억원이었다. 신라면의 해외 매출액은 2021년 처음으로 국내 매출액을 넘어섰다. 신라면 전체 매출액이 2022년 1조원을 넘어선 것도 해외 성장 덕분이었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국내외를 합쳐 6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연간 매출액인 6100억원을 훌쩍 넘어섰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수출액은 4770억원이었다.

가격 인하 요구에 '울상'

하지만 라면업체들은 이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계속 가격 인하를 촉구하고 있어서다. 농림출산식품부는 지난 13일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를 포함한 19개의 식품기업과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이후 5개월만에 열리는 식품업계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서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된 식품 가격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속 유지되는 것은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가가 불안정한 책임을 사실상 식품업체들에게 돌린 셈이다.

/ 사진=농심

라면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정부의 요청에 맞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농심은 신라면의 가격을 4.5% 내렸고, 오뚜기는 스낵면(5.9%), 참깨라면(4.3%) 등 15개 라면제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등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라면업계에서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가격 인하가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내린다고 해서 즉각 가공품의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포장비, 운송비, 인건비 등 제반비용이 모두 오른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라면 가격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윤이 크지 않다"면서 "부담이 크지만 정부의 요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가 여의치 않다면 해외로

이런 이유들로 라면업체들은 더욱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해외에서는 라면이 국내에 비해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해 여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3배 수준인 연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라면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농심은 올 하반기 미국2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라틴 소비자 비중이 높은 미국 텍사스, 캘리포니아 지역과 멕시코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나선다.

지난 6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서 진행된 밀양2공장 착공식에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 사진=삼양식품

오뚜기는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8월 미국법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산하에 제조업체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시키고,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본부장(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삼양식품은 수출 물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 6일 경상남도 밀양시에서 밀양2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밀양1공장이 중국 수출 물량을 담당하고, 신설될 밀양2공장이 미주 시장을 겨냥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라면으로는 수익성이 좋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해외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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