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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라는데"…'하이볼'은 왜 배달이 안 될까

  • 2024.08.18(일) 13:00

[생활의발견]주류 통신판매 허용 범위 제한적
가공한 술 판매 제한적으로 식당에서만 가능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날씨가 무척 무덥습니다. 이런 날엔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음식을 직접 하기도 귀찮으니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을 켜봅니다. 참, 맛있는 음식에 술이 빠져선 안 되겠죠.

배달앱에서는 시원한 생맥주부터 병 소주, 캔맥주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와인을 파는 식당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인기가 높은 하이볼은 배달앱에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짝지근한 칵테일도 마찬가지인데요. 어째서일까요?

술 배달 가능한데...

술은 주세법,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주류면허법) 등에 의해 제조, 판매, 유통, 원료 수급까지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술에 대한 대표적 규제 중 하나는 통신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배달앱이 바로 그 사례인데요.

원래 음식점은 식당 안에서만 주류를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 외부로 술을 유출하는 건 법 위반이었죠. 그런데 2010년대 들어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자, 정부는 2016년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했습니다. '치맥(치킨과 맥주)' 등 음식점의 음식에 수반되는 주류의 배달을 허용하기로 한 거죠.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음식과 함께 하는 주류 배달은 주류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 소지가 없기 때문에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전화나 배달앱을 통해 식당에서 술을 배달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자 주류 배달 규정을 악용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류의 통신판매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나 배달앱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주류 '위주'로만 판매하는 업주들이 생겨났습니다. 정부는 2017년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주류 배달 허용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했습니다. 식당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에 부수해 함께 배달하는 주류에 한해서만 통신판매를 허용한 건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부수'라는 단어입니다. 음식 배달에서 술이 메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규정도 다소 모호하다보니 부수 주류에 대한 해석에 논란이 생겼는데요. 그래서 정부는 2020년 이 규정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다듬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업주는 '직접 조리한 음식'과 함께 '총 주문금액의 50% 이하'인 주류만 전화 또는 앱을 통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생맥주는 된다?

주류의 통신판매에서 또 중요한 규제가 있는데요. 바로 '완제품'만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주류의 가공과 조작을 금지한 법과 관련돼 있습니다. 주세면허법 기본통칙은 주류 판매자가 병·캔 등에 담아 출고한 술을 임의로 가공·조작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류판매업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위반사항입니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는데요.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눠 담아 판매하는 경우, 주류를 냉각하거나 가열해 판매하는 경우, 주류에 탄산이나 과일 등을 즉석에서 섞어 판매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이 때문에 하이볼, 칵테일처럼 다른 재료를 섞은 주류, 와인 한 잔 같은 잔술 등을 식당에서 판매하는 건 가능하죠. 다만 이 주류들을 식당 외부로 반출해 판매하는 건 여전히 불법입니다. 그래서 하이볼과 칵테일, 잔술은 배달앱에서 판매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가공한 주류의 통신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음식점이 배달앱에서 취급할 수 있는 주류는 완제품에 한정됩니다. 병 소주, 캔맥주, 페트병으로 된 막걸리, 와인 한 병 등만 배달앱에서 찾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배달앱에서 주문 금액의 50%이 넘는 술을 주문하거나, 조리된 음식 없이 술만 주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사진=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캡처

딱 하나, 가공한 주류의 배달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생맥주입니다. 생맥주는 맥주통(케그)에 담긴 채 유통되고 식당에서는 이를 잔에 옮겨 담아 판매하죠. 당연히 이 역시 주류의 물리적 가공에 해당합니다. 기존에는 생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배달 판매하는 것 역시 금지했었는데요. 맥주통으로 유통돼 반드시 다른 용기에 옮겨 담아야만 하는 생맥주의 특성을 고려해 2019년부터 예외적으로 배달이 허용됐습니다.

결론적으로 직접 조리한 음식과 함께 총 주문금액의 50% 이하로, 완제품 주류 또는 생맥주를 시킬 때만 배달앱 주문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5000원짜리 소주 4병을 배달앱에서 주문한다면, 함께 시킬 음식값은 2만원을 넘어야 합니다. 또 음식은 식당에서 직접 조리된 것이어야만 하는데요. 배달앱에서 와인을 주문하면서 안주로 치즈를 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치즈는 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처럼 술의 배달 주문에는 많은 제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시장의 수요에 맞춰 변화하기도 하죠. 지금은 불가능한 하이볼 배달도 언젠가는 허용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진 맛있는 하이볼은 집에서 직접 제조해 마셔야겠네요. 과연 하이볼도 배달을 통해 맛 볼 수 있는 때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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