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오픈 10주년을 맞는 이랜드파크의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이 스파·사우나를 더한 특화 객실로 고요한 휴식처를 찾는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리조트가 위치한 경상남도 하동군은 봄철 벚꽃 관광지로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가을에는 지리산 단풍을 보며 고즈넉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11월 중순이 돼서야 평년보다 늦은 단풍이 지리산을 물들였다. '지각 단풍'이 지리산 일대를 수놓은 지난 25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을 찾았다. 산자락의 차(茶)밭으로 둘러싸인 리조트는 고요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고즈넉한 풍경
처음 방문한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의 첫 인상은 '조용하다'였다. 지리산 남쪽 끝자락의 하동군 화개면에 위치한 이 리조트는 일대에서 유일하게 대기업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중대형 리조트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활기차고 때로는 소란스럽다. 하지만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은 여러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무척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였다.
이 리조트 역시 가까운 곳에 많은 관광지가 자리하고 있다. 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가요로도 유명한 '화개장터'가 있다. 가장 가까운 KTX역인 구례구역부터 약 30여 분간 섬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에는 봄마다 벚꽃이 만개한다. 리조트로 들어서는 도로 초입에는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십리벚꽃길'도 있다.
특히 화개면 일대는 한국 차 문화의 중심지로 불린다. 이곳에는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大廉)이 차 씨앗을 들여와 처음으로 심었다는 '시배지'가 있다. 그가 뿌린 씨앗은 1300여 년이 흘러 현재 화개면 일대를 뒤덮은 차밭이 됐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 바로 옆의 차밭이 바로 이 시배지다. 리조트의 객실에서는 화개면의 차밭과 화개천을 내려다볼 수 있다. 리조트 가까이에 여러 관광지가 있지만 화개면의 차밭은 유난히 더 고요하다. 리조트에서 고즈넉하면서도 여유로운 휴식이 가능한 이유다.
인근에는 하동 차 박물관, 차 치유관, 쌍계사와 같이 느긋한 산책을 즐기며 마음의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해가 조금씩 지리산 너머로 넘어갈 무렵 천천히 일대를 걸어보니 머리 아픈 소음 없이 산과 물, 차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테라스에서 스파를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은 이런 주변의 특성을 활용해 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특화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총 115개의 객실 중 16개는 자연 친화 콘셉트로 설계된 스파 객실로 2021년 도입됐다. 이 객실들 중 3개는 올해 초 추가한 '사우나 객실'이다. 이랜드파크는 설문조사로 고객들의 여행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한 후 다른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스파와 사우나를 설치하기로 했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의 스파 객실은 69.42㎡(21평형) 규모로 침실과 욕실, 거실로 구성됐다. 넓은 야외 테라스에는 나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스파 욕조가 설치돼 있다. 이 욕조는 수령 100년 이상의 편백나무를 사용해 제작됐다. 차밭과 화개천, 그 너머의 지리산 풍경을 즐기며 스파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별도 조명이 설치돼있어 밤에는 별을 보며 스파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테라스에는 풍경을 조망하며 쉴 수 있도록 의자와 작은 테이블도 놓여있다.
스파 객실 중 '켄싱턴 디럭스 스파'에는 침실의 창가에 일종의 '윈도 시트'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는 작은 티테이블과 방석이 놓여있어 따뜻한 방 안에서도 창밖 풍경을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이 스파 객실들은 오픈 이후 현재까지 평균 투숙율은 9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주말에는 대부분 만실을 기록 중이다.
직접 이용해본 스파 객실은 만족스러웠다. 저녁 식사 후 은은한 조명을 켜두고 뜨거운 물 안으로 들어가니 늦은 가을의 차가운 밤공기가 상쾌했다. 이날 밤에는 비가 와 별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빗소리와 불어난 화개천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자연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운무가 낀 지리산 풍경도 만끽할 수 있었다. 침실 윈도 시트에 앉아 리조트에서 대여 가능한 다기 세트로 하동 녹차도 마셔봤다.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좋았다.
차향 가득한 휴식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은 스파 객실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초 사우나 객실도 오픈했다. 사우나 객실은 기존 객실 3개에 핀란드식 사우나를 추가하는 리뉴얼을 통해 만들어졌다. 스파 객실과 마찬가지로 야외 테라스 한쪽에 사우나가 설치됐다. 사우나 시설에는 유리창을 내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삼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건식, 습식 양쪽 모두로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리조트 내에는 하동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있었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는 1층에 위치한 '다반'이다. 커피와 여러 음료, 지리산 야생차 등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다. 녹차·야생차 제조업체인 연우제다와 함께 하동 특산품인 녹차 판매대도 운영 중이다.
아침 조식 뷔페에서는 일반적인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 빵 등의 서양식 아침식사는 물론 산채비빔밥과 지역 명물인 재첩을 활용한 재첩국수, 재첩회무침 등도 제공된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의 매력이 외국인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지면서 최근 리조트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조금씩 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투숙객 중 일부는 중동 등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은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특화 객실과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신현기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 부총지배인은 "앞으로 힐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웰니스 리조트로 한단계 더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