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토홀딩스(구 휠라홀딩스)가 골프 브랜드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휠라' 단일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사명을 변경한 효과도 수치로 나타났다. 아쿠쉬네트 부문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미스토 부문의 하락세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스토홀딩스는 글로벌 브랜드 다각화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매출 4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휠라 부진, 골프 부상
미스토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2375억원, 영업이익 16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타이틀리스트'·'풋조이' 등 골프 브랜드를 전개하는 아쿠쉬네트 부문의 성장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미스토홀딩스 측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아쿠쉬네트 부문은 전 세계 프로 투어 점유율 75%, 우승자 점유율 68%를 차지한 골프공을 포함해 클럽·기어 제품의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미스토홀딩스의 사업 부문은 '아쿠쉬네트 부문'과 '미스토 부문'으로 나뉜다. 아쿠쉬네트 부문 매출은 1조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한 반면, 휠라 등을 운영하는 미스토 부문은 2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매출 구조도 골프 중심으로 기울었다. 올해 1분기 아쿠쉬네트 부문의 매출 비중은 82.6%로, 전년(79.5%) 대비 증가했다. 반면 미스토 부문은 같은 기간 20.5%에서 17.4%로 줄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아쿠쉬네트 56.8%, 미스토 43.2%였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사업 구도가 완전히 재편된 셈이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두 부문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올 1분기 미스토 부문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1.4% 비중이다. 반면 아쿠쉬네트 부문은 1581억원으로 전년보다 1% 증가해, 전체 영업이익의 98.6%를 차지했다.
미스토홀딩스는 지난 2011년 7월 미국의 골프용품 전문 기업인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 당시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자산운용 프라이빗에쿼티(PE)는 약 12억2500만달러를 투입해 공동 인수했다. 이후 골프 부문이 크게 성장하면서 패션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는 구조가 됐다.
수치로 증명된 사명 변경 이유
'휠라홀딩스'는 지난달 미스토홀딩스로 사명을 바꿨다. '미스토(MISTO)'는 이탈리아어로 '혼합된'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사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사명은 바뀌었지만 휠라,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브랜드는 각각의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휠라보다 다른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컸던 만큼 더 이상 '휠라' 단일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됐다.
비록 미스토 부문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부 변화가 있었다. 미스토 부문은 휠라와 기타 브랜드의 매출로 구성된다. 이 중 휠라의 올 1분기 매출은 18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감소했다. 회사 측은 "신발 부문에서 '에샤페' 제품 인기를 바탕으로 2030 세대 유입이 늘며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전체 실적 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기타 브랜드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매출은 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218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여기에는 '마르디 메크르디',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중화권 유통사업 및 '케즈'의 국내 유통사업이 포함된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미스토홀딩스 측은 "국내 신발 매출의 강세와 온라인 DTC(Direct-to-Consumer) 채널 다각화가 이뤄졌다"며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라 로열티 및 합작법인 전개 지역의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3년 간 5000억 신규 주주 환원
미스토홀딩스는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 간 총 5000억원 규모의 신규 주주 환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달에도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상반기에만 약 1000억원이 주주환원에 투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스토 부문(휠라 등)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이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보다 일시적 주가 방어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스토 부문이 체질 개선과 브랜드 육성에 성공할 경우, '복수의 성장축을 가진 브랜드 지주사'로 재평가받을 수 있어서다.

미스토홀딩스도 실적 목표를 제시했다. 오는 2026년까지 연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연매출은 4조3651억원, 영업이익은 4762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이호연 미스토홀딩스 CFO는 "미국 관세 등 정책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와 휠라를 포함한 산하 브랜드의 실적 개선이 전반적인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가치 제고와 양질의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