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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우리가 만들면 다르다…'롯데와 초콜릿 공장'

  • 2026.02.11(수) 10:20

원료부터 완제품까지…원스톱 생산 체계 구축
신규 설비 가동…"초콜릿 본연의 맛 끌어올려"
'카카오 매스' 수출도 염두…원료 경쟁력 강화

롯데웰푸드 카카오 매스./사진=롯데웰푸드 제공

'초콜릿' 하면 우리지

지난 10일 찾은 롯데웰푸드 양산공장.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거대한 초콜릿 공장'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가나 초콜릿과 빼빼로, 크런키, 몽쉘, ABC 초콜릿 등 롯데웰푸드의 모든 초콜릿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 '카카오 매스'를 만드는 국내 유일 생산기지다. 완제품이 아닌 '초콜릿의 시작점'을 책임지는 공간, 말 그대로 롯데웰푸드 경쟁력의 심장부였다.

롯데웰푸드가 생산하는 ABC 초콜릿./사진=롯데웰푸드 제공

양산공장은 롯데웰푸드 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1979년 빠다코코낫을 시작으로 각종 아이스크림, 초코파이, 초콜릿까지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대표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여왔다. 특히 현재의 롯데웰푸드를 있게 한 초콜릿 제품 고도화를 위해 1984년에는 '마이크로 그라인딩' 공법을, 1996년에는 국내 유일 초콜릿 제조 기술인 'BTC(Bean to Chocolate)'를 도입하며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냈다.

두 공법은 국내 초콜릿 산업의 틀을 뒤집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만 하더라도 초콜릿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외부로부터 원료를 들여오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웰푸드는 원료 단계부터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해내는 건 물론 신선도와 맛, 풍미, 색감까지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시작이 반이다

공장 투어는 시작부터 엄격한 위생 관리 아래 진행됐다. 머리망과 마스크, 가운을 착용한 뒤 또 한 번의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내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는 공장 내부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초콜릿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 공장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롯데웰푸드 양산공장 초코 생산동 1층에 적재된 카카오 빈./사진=롯데웰푸드 제공

카카오 매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카카오 빈을 먼저 가공하는 과정이 필수다.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카카오 열매를 수확·건조해 100㎏ 포대 단위로 선박 운송, 양산공장에서 본격적으로 가공한다. 롯데웰푸드는 주로 가나산 카카오빈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실제로 이날 양산공장의 중심에 위치한 초코 생산동 1층 입구에는 카카오 빈이 담긴 갈색 포대가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높게 쌓인 것을 볼 수 있었다.

공정은 생각보다 훨씬 세밀하고 복합적이었다. 가장 먼저 입고된 카카오 빈은 세척과 클리닝 과정을 통해 이물질을 말끔히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이후 '위노어'로 불리는 공정으로 이동해 카카오 빈의 껍질과 알맹이를 서로 분리시키는 작업이 진행됐다. 초콜릿 맛에 불필요한 잡미를 걷어내는 중요한 단계다.

롯데웰푸드 양산공장 BTC라인에 도입된 볼밀./사진=롯데웰푸드 제공

껍질을 벗은 카카오 빈은 약 140도의 고온에서 로스팅됐다. 카카오 고유의 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그라인딩과 볼밀 공정에서는 고속 회전과 금속 볼의 마찰을 통해 카카오 빈의 입자를 6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잘게 분쇄한다. 이때 카카오 빈에 포함된 지방 성분이 녹아내리며 원료는 자연스럽게 액상 상태로 변화한다. 이렇게 카카오 매스가 완성됐다.

이승진 롯데웰푸드 양산공장 아이스초코 담당은 "원두 자체에 코코아 버터가 55%가량 함유되어 있어 액상화가 가능한 것"이라며 "하루 평균 27~28톤의 카카오 매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글로벌로 나가자

견학 말미에 맛본 카카오 매스는 익숙한 초콜릿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었다. 단 맛은 전혀 없고 쌉싸름하기만 한 '카카오 100%'의 맛이었다. 이 원료 위에 설탕과 우유 등이 더해져야 우리가 흔히 즐기는 '맛있는 초콜릿'이 완성된다. 낯선 카카오 매스를 입에 머금은 채 완제품을 상상하니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졌다. 초콜릿 맛의 차이는 레시피가 아닌 공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에 전시된 카카오 빈 가공물./사진=롯데웰푸드 제공

롯데웰푸드가 이처럼 원료 단계부터 직접 챙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히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초콜릿의 기준을 스스로 정의하겠다는 의지다. 카카오 매스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가공함으로써 제품별로 미세한 맛의 차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점이다.

특히 이달부터는 150억원을 투입한 최신 카카오 매스 설비를 활용해 품질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설비는 기존 대비 입자를 더욱 미세하게 제어해 카카오 고유의 쌉싸름한 풍미는 살리되 산미는 줄인 것이 특징이다.

최명완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장은 "소비자가 직접 느끼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쓴 맛의 깊이가 살아나면서 초콜릿 본연의 맛이 강화됐다"며 "밀도를 더 낮추면서 조직감이 개선돼 혀에서 녹는 느낌도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공정 효율화는 물론 생산능력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설비 대비 총 공정 수는 25% 줄었고, 카카오 매스 생산능력(CAPA)은 시간당 1톤에서 2.5톤으로 150% 확대됐다는 게 롯데웰푸드의 설명이다. 3단계로 나뉘어 있던 밀링 과정도 1단계로 대폭 줄여 공정 단순화와 품질 균일화를 동시에 달성하게 됐다.

최명완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장이 카카오 매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윤서영 기자 sy@

양산공장은 이제 단순한 생산거점을 넘어 롯데웰푸드 초콜릿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곳에서 완성된 카카오 매스를 향후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초콜릿의 시작점에서 경쟁력을 쌓아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초콜릿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원료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최 공장장은 "신형 설비가 시간당 1.5톤, 구형 설비가 1톤을 생산을 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신형 설비만으로도 충분히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초콜릿의 수요가 늘거나 카카오 매스를 역으로 수출을 하려고 할 때 구형 설비를 가동할 예정으로, 보완 작업을 통해 신형 설비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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