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핀테크 열풍과 맞물려 카드 업계의 새로운 상품 모델로 모바일 전용 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드 시장에서 디자인 경영 등으로 새로운 영업 방식을 선보인 현대카드가 모바일 전용 카드 출시를 보류키로 해 이목이 쏠린다.
정태영(사진)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바일 전용 카드를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특화된 혜택이 있지만, 용도 폭이 너무 작고 실제 수요보단 시류에 치우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카드업계에서는 모바일 전용 카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하위권 카드사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업계 6위 하나카드는 지난달 21일 카드사 가운데 가장 먼저 모바일 전용 '모비원'을 내놨다. 곧이어 BC카드와 신한카드도 모바일 전용카드를 출시하며 경쟁의 불씨를 댕겼다. 삼성카드와 국민카드 역시 이달 중 경쟁에 가세할 계획이다.
업계 분위기에 비춰볼 때 현대카드의 선택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현대카드 관계자는 "핀테크가 대세이고 모바일 카드 역시 필요한 것은 맞지만, 실물이 없는 모바일 전용 카드의 경우 용도의 폭이 작고 실제 수요보다는 '대세이기 때문에' 따라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설명한다.
현대카드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일단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실물 카드와 함께 쓸 수 있는 모바일 카드가 있는데 굳이 '모바일 전용 카드'를 따로 출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소비자 수요가 확실치 않고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꼽는다. 모바일 전용 카드는 아직 오프라인 가맹점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이용이 제한되는 데다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대출서비스가 금지돼 있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모바일전용 카드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출시 뒤에 시장 추이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지 않은 면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측은 '우리는 유행을 선도하되, 유행에 휩쓸리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다른 회사가 (출시를) 하는지 안 하는지는 판단 기준이 아니다"며 "유행을 따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 역시 페이스북에서 "혼자서 남들과 반대로 갈 때는 항상 불안과 스릴이 공존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