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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 급증' 금감원의 경고로 본 두 가지 이슈

  • 2016.03.23(수) 13:48

①구조조정 강조…한편에선 원칙 깬 현대상선 자율협약
②눈앞 이익 급급 농협은행 등 충당금 취약…배당은 확대

이번 주초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경고로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이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폭증하면서 전년보다 5조 8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부실채권이 급증한 것도 문제지만 금감원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은행들이 당장 이익을 내는데 눈이 어두워 충당금 적립은 물론이고, 상각·매각 등의 부실정리에도 소극적이라는 데에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충당금 적립률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부실채권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은행권의 대비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금감원의 지적과 은행권의 상황에 대해 두 가지 이슈를 짚어봤다.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1일 임원회의에서 신속한 기업구조조정과 은행 부실채권 정리를 강조했다.

 

◇ 정부의 모호한 구조조정 스탠스

 

금감원은 내달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앞두고 당장 다음주 은행 여신담담 부행장을 소집한다.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협조 요청과 함께 신속한 구조조정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번주 부실채권의 적극적인 정리를 주문한 것 역시 곧 본격화 할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러한 당국의 입장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헷갈린다. ☞ 전방위 기업 구조조정 한다더니 

 

한편에선 이렇듯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지만 또 한편에선 원칙을 깨고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산업은행은 어제(22일) 현대상선에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키로 하고 채권단 실무자 회의를 열었다.

 

애초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와 회사채 만기 연장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자율협약을 추진키로 한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물론 용선료 인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고 조건부 자율협약이라는 모호한 지원 결정을 내린 셈이다. 4월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온다.

 

 

◇ 충당금 적립 주문, 은행들 '나몰라라'


금감원은 지난 연말부터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과 내부유보를 강조해왔다. 이 역시 기업 구조조정을 앞둔 선제적인 주문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부 은행의 충당금 적립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부실채권 비율이 2.27%에 달하지만, 기업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58%에 불과했다. 산업은행도 78.6%, 수출입은행 79.9%로 10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제 기업이 부실화되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이 없어 은행 자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금액도 7조 3000억 원으로 전년도의 3조 1000억 원보다 두 배 넘게 폭증했다. 부실채권 비율도 5.68%로 최고 수준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불과 보름쯤 전인 3월초 금감원에서 발표한 부실채권비율 잠정치와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당시에만 해도 해당금액과 비율이 각각 5조 9000억 원, 4.55%였다. 그동안 현대상선 등의 채권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했다 자율협약을 추진하면서 부랴부랴 '고정이하'로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보수적인 여신분류 및 충당금 적립과는 거리가 멀었다.

 
▲ 단위:%, 자료: 금감원

 

◇ 규제 풀었더니 부실정리 저조, 그리고 배당잔치

 

게다가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의 부실채권 정리도 저조하다. 금감원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지난 2014년부터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없앴다. 그랬더니 은행들이 손실 확정에 부담을 느끼면서 부실채권 정리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익만 내려고 하니 내부유보나 충당금 적립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또 손실이 확정되는데 따른 부담으로 부실정리 또한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의 배당잔치도 곱게 보일리 없다. 사실 정부 차원에서 소비 활성화 등을 이유로 배당을 적극 권유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대놓고 배당을 자제하라고 얘기하긴 힘들다. 하지만 내부 유보 등으로 경기완충력을 높여야 할 때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 감독당국 입장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오는 24일과 25일 은행 및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주총이 잇따라 열린다. 이 날 신한금융지주는 주당 1200원, 총 6310억 원의 배당금을 확정한다. KB금융지주도 주당 980원 총 3786억 원의 배당금 지급을 예고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주당 500원, 총 1924억 원을, 우리은행은 중간배당(주당 250원)을 포함해 주당 500원, 3366억 원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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