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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구조조정 전문가' 이동걸

  • 2017.09.22(금) 10:49

20년전 성공신화가 '발목' 잡을수도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구조조정 전문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력을 바탕으로 금호타이어 건도 잘 처리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과거엔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주도로 채권단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현재는 시장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야 구조조정을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이 자칫 20여 년 전처럼 밀어붙이기 식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

◇ 성공적 구조조정 이끌었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에게 "구조조정이 '팔자(八字)'"라며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했습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시절 은행 구조조정에,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때 LG카드 구조조정에 참여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입니다.

LG카드 건은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경영을 정상화해 신한금융그룹에 넘긴 결과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회사를 살려 성공적으로 키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이 회장이 구조조정 경력으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하지요.

일각에선 "당시 구조조정 총대를 맨 사람들이 자화자찬한다"는 쓴 소리도 나옵니다. 금융당국이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강요해 진행한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입니다. 금감위 부위원장이었던 이 회장도 2004년 1월 "LG카드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지 않는 은행들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채권단의 반발은 계속 됐습니다. 결국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LG카드를 떠안으면서 '혈세 투입'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신한금융에 매각하면서 잘 마무리 지었지만 과정상 문제가 적지 않았던 셈입니다.


◇ 과거 성공 경험 갇혀선 안 돼


더 이상 밀어붙이기 식 구조조정은 통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에 무작정 끌려가기보다 시장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여론이 큽니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채권단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은행 실무자들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눈치를 보면서 의사결정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구계획안과는 별개로 금호타이어가 독자 생존할 수 있다"면서 "채권단이 고통을 분담해야 회생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자구계획안을 확정하지도 않았는데 회생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뜩이나 기존의 자구계획안이 부실해 수정 중인데 고통 분담부터 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는 거죠.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고통 분담 여부는 주주협의회를 거쳐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논의도 없이 대뜸 지원부터 하라니 채권단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회장이 굵직한 구조조정에 손을 댄 시절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아무리 성공적이더라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고통 분담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채권단과 충분히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장이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혀있기보다 한 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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