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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중기대출 늘렸지만 '생산적금융 갈길 멀다'

  • 2018.04.24(화) 16:27

1년전 대비 중기대출 29.9조·10.1% 증가
전체대출·가계대출보다 증가폭 커
자영업자·담보대출 비중높아.."무늬만 생산적금융" 지적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의 무게추를 가계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기고 있다.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유지하면서 중소기업대출은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옥죄기를 하면서 동시에 혁신중소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을 뜯어보면 자영업자와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무늬만 생산적금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총 438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3월말 411조원에 비해 6.7%, 28조6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324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3월말 294조8000억원에 비해 10.1%, 29조9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율에 비해 폭이 크다. 또 2016년 3월부터 2017년 3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6%,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5.4%임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유지하면서 중소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처럼 대출 포트폴리오가 변화하는 이유로 정부 정책을 꼽고 있다. 은행업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 정책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8·2부동산안정화 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을 내놓으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혁신·중소기업 위주로 재편하라며 '생산적 금융'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은 줄이고 중소기업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은행 여신사업부 한 관계자는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정책에 발맞춤과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소기업대출을 적극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았다"고 전했다.

 

◇ 자영업자·담보대출 비중 높은데 생산적 금융?

금융권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변화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중소·혁신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소기업 대출중 자영업자대출(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높은데다 취급된 대출중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안전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3월말 기준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3.4%였고 올해 3월말에는 55.03%로 높아졌다. 또 중소기업 대출 중 80% 이상은 예금·유가증권, 동·부동산, 보증서 등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혁신중소기업의 기술력 등을 평가하고 자금을 공급했다기 보다는 안전한 차주 위주로 대출을 집행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통계의 허점을 노려 보여주기식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초 IT(정보통신기술) 관련 중소기업을 창업하고 은행에 운영자금 대출을 신청했던 한 기업인은 "정부가 중소기업에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하라고 한 만큼 회사의 기술을 평가해 대출을 집행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보증서나 담보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IT 업계의 다른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미 시장에 자리잡은 우량기업이나 담보가 확실하지 않으면 대출이 쉽지 않다는 말이 오간다"며 "생산적 금융이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리고 있지만 담보나 우량기업 위주의 대출이 주로 취급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빅데이터 등을 적극 활용해 기업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를 내릴 수 있는 여신심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필요한 곳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생산적 금융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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