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에 '수익성 고민'에 빠진 카드사들이 할부금융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할부금융시장은 캐피탈사로 불리는 전문할부금융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카드사가 진입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할부금융은 이용기간이 길어 장기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라며 "기존 캐피탈회사들도 있지만 카드사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승산이 충분해 앞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사, 할부금융시장 야금야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 중 신한·삼성·우리·국민·롯데 등 5개사가 할부금융시장에 진출 중이다.
이 카드사들이 지난 1분기 거둬들인 할부금융 수익은 총 521억원이다. 국내 21개 전문할부금융회사의 할부금융수익 2247억원 대비 23% 수준이다.
작년 1분기 카드사의 할부금융수익은 392억원으로, 당시 전문할부금융회사의 할부금융수익 2086억원 대비 18% 수준이었다. 일년만에 5%p 가량 늘어난 것이다.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하면서 할부금융자산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5개 카드사 할부금융자산규모는 4조1590억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5조9103억원으로 일년새 42% 늘었다.
할부금융 수익의 대부분은 자동차할부금융에서 나왔다. 1분기 할부금융수익 521억원 중 505억원(96%)이 자동차할부금융수익이다.
◇ 신한·삼성, 할부금융 1·2위 경쟁
카드사 중 할부금융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는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수년째 분기마다 230억~250억원 규모의 할부금융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임영진 사장은 취임 직후 '신성장 BU'를 신설, 다이렉트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선 할부금융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한카드는 BMW와 볼보 등 수입차업체와 제휴를 맺고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신한카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중고차 거래플랫폼 '차투차'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는 등 다양한 할부금융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카드도 최근 할부금융시장을 강화하는 추세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자동차할부금융을 중심으로 올 1분기 140억원의 할부금융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 대비 32% 늘었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6년 모바일로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동차금융 플랫폼 '다이렉트 오토'를 개발, 자동차할부금융 사업을 확대 중이다. 온라인 중고차 전용 플랫폼인 '다이렉트 오토 중고차'도 내놓았다.
◇국민·우리, 매서운 성장세…롯데 '걸음마'
카드사 중 할부금융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곳은 KB국민카드다. 지난 1분기 국민카드는 할부금융수익은 89억원으로 작년동기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국민카드는 지난 2016년 신금융사업부를 신설하고 지난해부터 할부금융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후발주자'이지만 성장세는 매섭다.
최근엔 자동차 할부금융 전문 상담사 채널 전용 'KB국민 오토 카드'를 내놓고 할부금융사업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 카드는 자동차 할부금융 전문 상담사인 '오토플래너(AP)'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으며 주유와 차량 정비, 자동차 보험료 등에 특화된 상품이다.
우리카드도 할부금융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1분기 50억원의 할부금융수익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22억원 대비 127%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전월실적에 따라 할부납부금을 할인해주는 '마이카 우리카드'와 '위비 다이렉트 오토' 등을 통해 할부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카드도 규모는 작지만 할부금융수익을 확대 중이다. 지난 1분기 5억원의 할부금융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억원에 비해 상승세다. 롯데카드는 모바일로 24시간 365일 자동차 할부금융 한도조회와 신청이 가능한 '롯데카드 다이렉트 오토' 서비스를 출시하며 젊은 고객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현대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이 있어 할부금융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