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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새먹거리]①반려동물보험, 지금 미약하나 기대감 충만

  • 2018.08.09(목) 16:40

반려동물 시장 2020년 5.8조 전망
보험시장은 연 10억 불과..업계, 요율개발·신상품 등 안간힘
"의료수가 정비·등록제 정착돼야 활성화"

국내시장 포화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보험사들이 새 회계제도 도입, 건전성규제 변경으로 자본확충 부담까지 안으면서 수익확보를 위한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특히 금융환경 변화, 기술발전, 새로운 위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보장성보험 중심의 신규상품 개발과 기존상품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새롭게 보험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품들이 무엇인지, 어떤 기회와 장애물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2020년 6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질병을 관리하는 수의(獸醫)서비스 시장 성장에 비해 이를 보장해주는 보험가입률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아 성장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천차만별인 동물병원 의료수가 정비와 개체식별을 위한 반려동물등록제 정착 등이 선결 과제로 지목된다.


◇ 블루오션에도 초라한 성적…보험업계 해법찾기 고심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9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을 넘어 2020년에는 5조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펫과 패밀리를 합성한 신조어)이 1000만명을 넘어서며 반려동물 시장은 그 자체 규모뿐 아니라 사료, 의류, 장난감, 호텔, 펫샵 등 관련 서비스 산업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연평균 16%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2조원대 규모에서 반려동물 개체수가 1300만마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에는 6조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빠르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경우 2016년 기준 연관 산업 규모가 각각 20조원과 14조원을 넘어섰다. 가계소비 수준을 고려해도 국내시장이 이들 나라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관련 보험상품 시장 규모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2014년 반려동물등록제가 도입돼 보험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판매부진과 손해율 증가로 오히려 상품판매를 중단하는 회사들까지 나왔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반려동물보험은 삼성화재 '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 현대해상 '하이펫애견보험' 등이다. 이들 상품실적을 모두 합해도 지난 한해동안 3000건도 판매되지 않았다. 회사별로 연간 1000건 미만의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보험의 보험료 규모는 10억원 수준으로 일본의 500억엔 규모 대비 0.2%에 불과하다. 보험 가입률은 0.02%로 25%에 달하는 영국이나 6% 수준인 일본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저조한 실적의 이유로 가입대상, 보험금한도 제한으로 보장내용이 충분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높아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보험상품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재 판매되는 상품은 대부분 반려동물 나이가 6~7세를 넘어가면 가입이 어렵다. 6~7세의 경우 가입은 가능하지만 별도 건강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평균 6세 이상의 반려동물에게서 질병이 많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하루 또는 연간 보장금액을 제한하면서 의료비나 보험료 대비 충분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심장사상충을 포함한 예방접종이 필요한 질병이나 슬개골 탈구 등 빈번히 발생하는 질병도 보장에서 제외돼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동물병원별로 진료수가가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큼 보장수준을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등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연령을 속이거나 하나의 보험으로 여러 마리를 치료하고 보험금을 타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도 심각해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 "반려동물 등록제 강화, 의료수가 개선돼야 시장 활성화"

보험업계는 반려동물보험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의료수가 정비와 반려동물등록제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피부질환 치료제인데도 병원마다 금액이 많게는 7~8배까지 차이나는 등 가격이 천차만별로 거품이 많아 보험료 산정도 어렵고 손해율도 높다"며 "리스크를 헷지 하기 위해 가입금액이나 대상의 한도를 정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오래전부터 새로운 시장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손해율도 높고 사업성이 낮아 당장 판매를 활성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적극적인 상품개발이나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메리츠화재나 지난해 새롭게 애견보험을 선보인 현대해상은 손해율이 높아지자 반려동물보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견과 애견인이 크게 늘어나며 전체적인 시장이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관련 보험이 블루오션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의료수가 정비와 등록제가 정착하는 등 선제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장이 성장하기는 어려워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등록제는 2014년 전국적으로 시행됐지만 신규 등록건수는 매년 10만여건 내외에 그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반려동물등록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나 홍보 부족, 판매업자가 기르는 개의 경우 등록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제도적인 허점으로 등록률이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내장형칩 이식 이외에 외부 인식표 부착 등은 비슷한 종의 경우 개체확인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등록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등록을 하지 않거나 등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하나의 보험으로 여러 마리를 치료하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 도덕적해이 문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며 "손해율이 300~400%까지 치솟는 등 팔수록 손해가 나지만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접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참조순보험요율 개발, 신상품 개발 등 시장활성화 나서 

보험업계는 보험개발원을 통한 반려동물에 대한 참조요율개발, 보험사들의 추가 시장진입, 새로운 상품구조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참조순보험요율 산출을 완료했다. 참조순보험요율이란 보험사 전체의 경험통계 등을 기초로 한 업계 평균 보험요율이다. 자체 통계요율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의 경우 이를 통한 상품개발이 가능해 전체적인 시장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통계는 반려견 뿐 아니라 반려묘 요율이 추가됐다. 치료비 보장뿐 아니라 사망위로금, 배상책임 등 보장범위를 넓히고 보장범위도 '특정질병 치료비 추가담보' 등으로 세분화 해 보장범위나 가입대상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자체요율을 통한 신규시장 진입도 눈에 띈다.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개발을 완료하고 이르면 이달말 새롭게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체요율을 통해 보험상품을 개발했으며 보험료를 높인 대신 보장을 현실성 있게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연간한도는 두지 않고 입·통원비에 대한 1일 한도를 최대 15만원까지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입원의 경우 최대 20일까지 보장하는 등 기존 대비 보장을 늘린 상품을 곧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손보는 1년 만기의 일반보험이 아닌 장기상품으로 확대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중이다.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도 반려동물보험 개발을 검토중이다.

이외에 새로운 구조의 상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NH농협손보는 최근 치료비가 아닌 반려견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반려동물장제비보험'을 선보였다. 펫팸족 증가로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러주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를 보장하는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가입연령 등에 제한은 있지만 보험료가 연간 1만원 이하로 저렴하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올해 '펫사랑m정기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반려동물이 가입대상이 아니라 반려인의 사망때 보험금을 주는 인(人)보험이다. 기존 손해보험 성격의 반려동물보험과 달리 반려인의 생존기간 동안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인이 유고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계약으로 반려인 사망시 500만원을 보장해주며 이를 통해 반려동물 위탁보호 및 재입양 서비스가 제공된다. 반려인 생존시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기본 케어 무료이용과 호텔 숙박권, 수영장 입장권, 용품·교육 할인권, 건강식 샘플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1년 만기로 끝나는 일반적인 반려동물보험과 달리 10년동안 보장받는 점도 강점이다. 35세 남자기준 월 보험료 6250원을 1년간 납입하면 10년간 보장받을 수 있다. 1인 가족의 증가로 반려인 사망시 반려동물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참조요율을 개발했기 때문에 앞으로 담보를 다양화 하고 개발이 어려웠던 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며 "기존 보험상품 뿐 아니라 장제비보험이나 반려동물 관련 인보험 등 다양한 구조의 상품들도 개발되고 있어 전반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반려동물 시장 확대와 함께 보험시장이 발맞춰 가기 위해서는 수의사업계를 비롯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의료수가 정비와 등록제 정착 등 제도적인 지원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시장이 좀 더 빨리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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