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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 시대, 보험 활성화 키워드는?

  • 2019.03.22(금) 16:11

'등록제 확대·진료코드 통일 등 법제화' 선행 과제
병원과 '중복가입·이력정보 등 전산화' 필요
금융위 "실손보험처럼 안되게 보험료 안정 살펴야 "

반려동물 1000만 시대.

한국농촌경제원은 2017년 874만 마리를 기록한 반려동물 개체수는 10년 뒤인 2027년에는 1320만 마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2017년 2조3322억원 규모에서 2027년 6조5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이처럼 확대되면서 의료비 보호 장치로 반려동물보험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큰데 반해 보험시장은 걸음마 단계로 사실상 보장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 성장에 따른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정책적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보험개발원과 공동으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키워드로 ▲개체식별을 위한 등록제 실효성 강화 ▲진료항목 표준화 및 고시 ▲청구간소화 시스템 구축 등을 꼽았다.

◇ 2조원 반려동물 시장, 보험은 0.05%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2013년 4억원에서 2017년 10억원 규모로 별다른 성장을 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사료·미용 등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1조원 대에서 2조원대로 1조원 가량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2017년 기준 일본의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15조2418억원,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4671억원 규모다. 관련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 대비 6.5배인데 보험시장은 467배에 달한다.

이는 국내 보험사들이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보험판매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질병이 있는 것을 알고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이나 여러 개체를 하나의 보험으로 보장받으려 하는 도덕적 해이 등이 문제가 됐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이 낮은데 대한 불만도 컸다.

그러나 최근 국내 보험시장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대통령이 동물병원의 표준진료제 도입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과’를 신설해 이를 국정과제에 반영했고, 국회에도 동물등록제 확대를 비롯해 동물병원의 표준 진료수가 도입과 관련된 법안이 제출됐다.

이처럼 보험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3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과거 대비 다(多)빈도 질환 담보 및 가입연령, 판매채널, 가입기간 확대 등으로 상품저변을 늘리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공약이나 관련 제도개선 움직임에 보험사들이 시장 활성화 여건이 마련됐다는 생각에서 미리 상품을 낸 측면이 있는데, 관련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손해율 악화 등으로 과거와 같이 보험이 부실화 되고 상품판매를 중지하는 사례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등록제 확대, 진료비 표준화 등 선행 과제"

전문가들은 보험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동물등록제를 확대하고 동물병원 진료비를 표준화해 고시 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이후 지난 2017년 기준 117만5000마리가 등록된 상태다. 반려동물 개체수가 874만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13.4% 수준만 등록된 셈이다.

김성호 보험개발원 손해보험부문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개체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등록되지 않은 경우 역선택, 도덕적 해이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중복가입 여부도 확인이 어려워 건전한 시장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가 올라가고 결국 선의의 보험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동물병원은 표준상병코드가 없어 정확한 진료비 분석이 어렵고 지역별, 병원별로 동일 진료 항목에 대해서도 진료비 격차가 크다"며 "보험 손해율을 낮추는 한편 소비자들이 병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진료비가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등록제를 비롯해 진료비를 표준화 하는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현 농식품부 동물복지팀 팀장은 "과태료 강화, 홍보 등을 통해 등록률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등록방식(내부 칩)에 일부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 고민하고 있다"며 "여러 등록 방식들에 대한 신뢰성을 평가하고 이를 시스템화 하는 방안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병원 진료비 완화와 관련해 국회에 여러 법안(수의사법)이 제출돼 있는데 건강보험처럼 진료수가를 표준화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대신 같은 진료에 대한 진료코드를 통일하고 주요 진료에 대한 비용을 홈페이지 등에 미리 고시해 소비자들이 알고 비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 수의사업계 등과 함께 세부적인 내용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역시 "진료수가 정비, 청구간소화, 개채식별에 관련해 기초적인 법규제 정비가 선행돼야 반려동물보험 현안이 해결 될 수 있다"며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선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상품의 가입기준 완화와 보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의료비용의 큰 부담은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유기행위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는 경향이 있다"며 "유기동물의 경우 기병력 확인이 어렵고 연령도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생애주기 맞춤형 다양한 상품개발 및 가입조건 완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성호 부문장은 "법제화가 선행되면 안정적 운영을 위해 동물병원과 협업을 통해 보험중복 가입을 조회하고 반려동물의 이력과 평균진료비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보험회사·동물병원·전자차트업체 등과 연계한 '반려동물 원스탑 진료비 청구시스템(POS)'를 상반기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권기순 금융위 보험과 사무관은 "반려동물보험의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보험료와 보장금액을 비교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보험다모아 등을 통해 안내를 강화하고 가입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간편가입 방안 지원, 반려동물 원스탑 진료비 청구시스템(POS)과 관련해서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손보험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반려동물보험이 불필요한 의료비를 유발해 선의의 보험 계약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초기 정착 과정에서 보험상품뿐 아니라 진료체계 및 제도 등 보험료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연결해 보다 세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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