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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빅데이터로 동반성장 생태계 가능하다"

  • 2018.09.17(월) 17:42

김효정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본부장 인터뷰
"원할때 원하는 혜택 제공 초개인화가 핵심"
"규제장벽 낮춰야 산업 발전·동반성장 생태계 조성"

빅데이터는 산업계에서 '노다지'로 통한다.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구글에서는 200만건의 검색이 발생하고, 유튜브에서는 72시간 분량의 비디오가 업로드되며, 트위터에서는 27만건의 트윗이 올라온다. 이런 정보가 쌓이면 모두 빅데이터다. 사전적으로는 수집과 저장, 분석이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를 일컫는다.

방대한 양만큼 어떻게 정보를 재정리하느냐에 따라 마케팅과 상품개발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의 여파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봉착한 신용카드업계에 빅데이터는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신한카드는 1998년 LG카드시절부터 데이터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2010년도에 들어서야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이른 투자였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효정(52)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본부장은 1998년 회사의 데이터웨어하우징 조성 작업에 참여한 원년멤버다. 데이터웨어하우징이란 회사내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각종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들이 현재 빅데이터가 돼 곳곳에서 활용되는 것이다.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파인애비뉴 본사사옥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저성장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빅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저성장시대에는 마케팅이 정확하지 않으면 효율을 거두기 어렵다"며 "정확성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빅데이터"라고 말했다.

신한카드가 지난 8월 내놓은 '마이샵'(MySHOP) 서비스가 바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툴이다. 마이샵은 카드 이용내역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쿠폰 등 혜택을 정밀하게 제안해주는 서비스다. 신한카드 가맹점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당 상권을 찾는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혜택을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솔루션을 받는 비용은 무료다.

김 본부장은 지난 8월31일 '데이터경제 활성화 및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마이샵 서비스를 시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을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 "원하는 혜택을 원하는 때 제공하는 초개인화가 핵심"

김 본부장은 마이샵뿐만 아니라 이미 곳곳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카드사 전화상담원과 통화를 통해 카드 사용한도에 대한 문의를 한 고객이 있다고 가정하자. 전화를 끊은 뒤에라도 고객의 사용금액을 분석해 한도증액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지된다면 카드한도를 올리겠느냐는 안내메시지가 발송된다.

이는 통화한 상담원이 고객을 한도증액대상으로 직접 등록해서 이뤄진 마케팅활동이 아니다. 상담원과 고객의 음성대화를 텍스트로 바꾸는 STT(Speech to Text) 기술로 데이터를 만든 뒤 이를 시스템이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낸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맞춤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기존 스팸성 메시지와도 다르다. 자동으로 축적되는 상담데이터를 통해 활용하다보니 기존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방대한 마케팅도 가능해진다.

김 본부장은 해당 사례는 카드사에 한해 적용된 하나의 예라고 설명했다. 만약 빅데이터 축적과 활용이 각계각층에서 통합된다면 이보다 더 정확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회사와 집만 오가던 고객이 어느날부터 주말에 대공원을 찾기 시작한다면 이 고객에게 데이트 관련 정보를 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또 다른 고객이 자동차판매점 방문이 많아지고 인터넷 등에서 새로나온 자동차에 대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면 이 고객에게 자동차 할부 프로그램에 대한 마케팅을 펼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회사가 원하는 타이밍에 혜택을 제시했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이뤄진다면 고객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이것이 바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라고 설명했다.

'초개인화'(Hyper Personalization)는 지난해 7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제시한 서비스 개념이다. 임 사장은 초개인화를 구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 향후 10년 안에 회사를 미래 디지털 10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임 사장의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년동안 빅데이터 활용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그리고 김 본부장은 그 과정에 계속해서 참여해왔다.

김 본부장은 "시스템과 인프라, 인사이트, 상품체계 전부를 빅데이터 활용 중심으로 바꾸는 전사적인 과제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와도 빅데이터를 통해 연결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게 김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과거 고성장시대에는 우리 카드사 혼자 혜택을 주면서 고객확보라는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며 "이제는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예를 들어 여행을 갈 때 카드를 이용한 티켓팅뿐만 아니라 여행자보험, 숙소, 현지 맛집정보 등등 해외여행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와 혜택을 필요로 한다"며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카드사가 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가맹점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사업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동반성장 위해서도 필요"

그런데 빅데이터 활용은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팍팍하다. 규제 때문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 본부장은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을 '규제'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가까운 중국의 경우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 수많은 사업아이템들이 실제 시도되고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법에 있는 아이템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가 적용되다보니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OS와 브라우저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엄청난 수준의 빅데이터를 보유중"이라며 "향후 시장이 개방되면 이들과 대항할 힘이 필요한데 규제장벽이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알리바바의 경우 금융회사와 유통회사를 운영하며 축적된 빅데이트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가맹점들은 정보를 주는 대신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그 결과 중국 내 알리바바가 조성한 시장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의 침투가 어려운 견고한 벽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에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주무부처가 없다. 행정안전부가 개인정보보호법,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망법, 금융위원회가 고객신용정보보호법 등을 맡아 주관하며 각각의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그리고 세 곳 모두 빅데이터 활용보다는 개인정보보호에 더 치중하는 구조다보니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규제의 벽만 더 높아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이 많지만 일원화가 안됐고 국회와 시민단체들이 개인정보보호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 빅데이터 산업발전의 속도가 더디다"며 "빅데이터는 마케팅의 효율을 높여 중소가맹점과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완화로 다른 카드사나 외국회사들이 빅데이터 활용 시장에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가 오랜기간 준비한 만큼 승산은 있다고 본다"며 "빅데이터는 울타리를 두르고 가진 것을 지키면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개방하고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이니만큼 규제완화와 이에 따른 시장확대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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