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오는 30일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지 결정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무자본특수법인이면서 금융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는 반관반민(半官半民) 조직이다.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금융위원회에 이어 기재부 관리까지 받게 되니 독립성을 강조하는 금감원 입장에선 불편한 '족쇄'를 차는 것과 다름없다.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올해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정부가 지나치게 금융사에 간섭한다는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구상해온 이번 정부 철학과 맞지도 않다.
금감원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3급 이상 직원 비율을 35%로 줄이는 등 자구노력을 약속한 만큼 공공기관에 지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고민하는 것은 이번 공공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관료들과의 갈등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사 임원으로 취임하면 제재 가능성이 16.4% 감소한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위, 기재부, 한은 출신 임원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 지정을 보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KDI는 순수한 목적의 연구라고 주장하지만 금감원은 설익은 보고서 배후로 '관료'를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은 상급기관인 금융위와도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감리,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 발표 등을 두고 두 금융당국은 손발이 맞지 않았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시각차는 분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과중한 검사·제재 개선'을, 윤 원장은 '감독 강화'를 내세우며 각자 갈 길을 제시했다.
반민반관인 금감원과 관료가 곳곳에서 충돌하는 원인 중 하나는 '민간 출신' 금감원장에 있다.
금감원은 1999년 설립 이후 주로 관료 출신이 원장을 맡았다. 첫 민간 출신 원장(최흥식)은 2017년에야 나왔다. 최 전 원장이 금융회사 사장 시절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6개월만에 낙마하면서 민간 출신 금감원장 실험은 중단됐다. 두번째 민간출신 원장인 김기식 전 원장은 18일만에 사임, 최단기간 원장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세번째 민간 출신인 윤 원장이 미완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험 성과는 아직 미비하다. 작년 11월 금감원이 발표한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안'은 캐비닛 속에 방치돼 있다. 혁신안 대부분이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금융위는 사전에 조율이 없었다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민간 출신 원장의 '아마추어리즘'일 수도 있고 관료들이 민간 출신 원장을 '길들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어느쪽이든 금융감독 개혁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민간 출신 금감원장의 실험 성공 여부는 올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위기는 작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당장 금감원이 4년만에 부활시킨 종합감사 보고에 대해 금융위가 수정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료에 둘러싸인 윤 원장이 미완의 실험을 완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