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다. 올 초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시행되고 정부가 추가 인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시장에선 최소 1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승인 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예상치를 완전히 벗어났다.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개 다 안 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저희도 외부평가위원회(이하 외평위)의 평가결과와 금융감독원의 심사결과를 오전에 듣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회계‧IT보안‧리스크관리 등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평위는 지난 24일부터 2박3일간 합숙심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외평위의 평가의견을 포함한 심사결과를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심사 결과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실현가능성 측면에서, 토스뱅크는 지배주주 적합성·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각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위원장은 "토스뱅크는 지속적인 출자능력이 매우 의문시됐고,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구체성 부분에서 심사위원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히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 토스뱅크, 신한금융 빈자리 컸다
토스뱅크는 간편 송금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를 중심으로 한화투자증권,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리빗캐피탈, 한국전자인증, 뉴베리글로벌, 그랩 등 8개 주주로 구성됐다.
최근 한 행사장에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토스가 그 정도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토스에게 더 이상 어려운 일은 아니다"며 "자금 조달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위는 토스뱅크가 유치한 해외 벤처투자사(VC)가 문제가 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창호 금융산업국장은 "자본조달할 때 국내 파트너를 구하느냐 해외 파느터를 구하느냐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며 "VC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이 얼마만큼 안정적이고 향후에 자본조달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는 신한금융의 빈자리가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당초 신한금융지주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추진해오다 경영방식 등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신한금융과 비바리퍼블리카가 다시 손을 잡을 지도 관심이다.
◇ 뻔한 키움뱅크, 혁신 없었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을 중심으로 KEB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등 30여개 주주사의 협업을 통해 '오픈(Open) 금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증권과 은행이라는 뻔한 결합을 유통, 통신 등 다양한 주주 구성으로 극복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양한 주주 구성이라는 장점을 잘 살려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프리젠테이션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에서 외평위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고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키움증권)이 중심에 있어 키움뱅크가 불이익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윤창호 국장은 "전혀 감점 요인이 아니다"며 "한국정보인증, 다우기술, 낫 등 ICT 기업의 지분의 26% 가량을 참여했다"고 말했다.
◇ "하반기 심사..미흡한 점 보완해라"
금융위는 올 하반기에 다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심사할 계획이다. 당국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윤창호 국장은 "토스뱅크는 안정적인 자본조달 능력을 보완하면 앞으로 인가 받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키움뱅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사업계획의 실현가능성 등을 보완하면 다음 인가 심사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추가 인가 의지가 강한 만큼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온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