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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납부 실적으로 은행 대출 가능해?…'기대반 우려반'

  • 2019.07.16(화) 16:45

은행, 통신비 납부 등 비금융정보 활용 시작
"금융정보 부족 소비자로 저변확대" VS "리스크 커 시기상조"

최근 통신비 납부 실적을 기반으로 한 은행 대출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 개인 신용대출이 직장 재직정보, 소득정보, 은행 거래내역을 중심으로 등급이 매겨지는데, 기존에 참고자료로 쓰이던 통신비 납부 실적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대출상품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거래내역이 부족했던 주부, 사회초년생들도 은행 대출이 가능하는 등 신용대출 저변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로 인한 리스크를 걱정하기도 한다.

◇ 은행, 통신비 등 비금융정보 기반 대출 시작 

그동안 은행은 신용대출때 대출 차주의 재직여부, 회사의 안전성, 재직기간, 신용카드 거래 실적‧여수신 실적 등 금융정보를 중심으로 대출의 적합성을 판단해왔다.

이에 따라 대학생, 주부, 사회초년생 등 금융정보를 쌓기 힘든 사람들은 한도가 적거나 금리가 높게 산정됐다. 대출 승인도 어려웠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대출때 비금융정보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비금융정보란 통신비 납부 실적(소액결제, 가입, 할부금 등), 온라인쇼핑 거래내역 등을 말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SK텔레콤, KT, LGU+등 통신 3사에서 제공하는 휴대전화 기기정보와 요금납부 내역, 소액결제 내역 등을 중점적으로 활용한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통신 3사에서 제공받은 휴대전화 관련 지출 내역을 나이스 신용평가로 보내 이 정보만을 활용해 총 10등급으로 구성된 '통신사 신용등급'을 산출해 대출이 진행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득 정보가 없거나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비금융정보 중 하나인 통신사 신용등급을 활용한 상품"이라며 "통신사 신용등급만을 활용한 대출상품을 내놓은 것은 금융권 최초"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직접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상품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서비스를 승인받아 오는 9월부터 알뜰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외 신한, KEB하나, 농협은행등은 신용대출 시 통신비 납부실적을 중심으로 대출심사를 재평가해 이와 같은 정보를 적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시중은행의 경우 2020년 이후 이러한 방안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 금융당국도 "비금융 정보 적극 활용하자" 주문

은행들이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신용대출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금융정보가 부족한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돼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 나아가서는 대부업체를 찾기도 한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0 사회초년생 중 42%는 은행 외 다른 기관을 찾아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주부가 대부업체에 빌린 금액은 1043억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대부업 이용자 중 5.6%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입장에서는 이들을 끌어올 수 있다면 신용대출 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출시장의 '블루오션' 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부, 고령자 등 금융정보 부족자들은 1303만명으로 집계됐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정보 부족자 중에서도 우량한 고객이 충분히 있다. 비금융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이들이 더욱 높은 금리의 타 금융권을 찾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도 새로운 신용대출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독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말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은행에 금융정보 부족자들의 신용평가를 재산정 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비금융정보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국내 은행은 여전히 금융정보 중심으로 하는 평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출 재평가절차를 도입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역시 비금융정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대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비금융정보 활용 리스크 걱정도 

일각에서는 은행의 비금융정보 활용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통신비의 경우에도 매달 납부 금액과 미납률이 적은 편이라 오히려 이자 지급능력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13만4100원 수준이고, 통신비 미납률은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행의 비금융정보 활용 대출은 대출규모 등이 제한된다. 우리은행은 해당 대출상품의 대출한도를 최대 300만원으로 정했다. 소액대출 규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금융정보만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연체율 등 리스크가 얼마나 될지 아직은 모른다"며 "추후 상품의 연체율 등을 따져보고 한도 등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비금융정보를 적극 활용하면 그간 은행의 고객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고객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며 "(신한, KEB하나, 농협은행이) 대출 심사 이후 재평가 절차에만 도입하기로 한 것도 아직 리스크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신용대출같은 경우 연체율이 높은 상품군에 속한다"며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출은 신용대출 위주로 취급될텐데 무분별한 대출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비금융정보 이용을 독려하면서 리스크를 보완할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비금융정보 활용으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금융소외계층 중 상당수가 은행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도 "은행들의 비금융 정보 이용이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비금융정보 신용평가사 도입 등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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