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Derivative Linked Funds) 중 20% 가량이 불완전판매로 의심받게 된 것은 은행의 비이자수익을 지나치게 강조한 경영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자체 리스크분석시스템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미비했던 점도 원인중 하나로 분석됐다.
1일 금융감독원은 해외금리 연계 DLF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기준 잔액은 6723억원이며 이중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 예상손실액은 잔액기준 52.3%에 달하는 3513억원이라고 추산했다.
◇ 비이자이익 강조…원금손실·불완전판매 초래
금감원은 이번 DLF 상품의 원금손실 규모가 52.3%(3513억원)수준으로 추산되고 잔존계좌 판매서류의 20%가량에서 불완전판매 의심사례가 적발된 것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경영전략이 과도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검사대상 은행의 영업점 성과지표(KPI)를 살펴본 결과 비이자수익 배점이 다른 시중은행 대비 높게 설정됐고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됐다"며 "특히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정이 20%이상을 차지하는 등 경쟁 은행 대비 2~7배 높은 수준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KPI는 비이자수익에 대해 일반영업점 10%, PB센터 20%를 배점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비이자수익에 대해 일반영업점 11.8%, PB센터 20.8%를 배점했다.
다른 은행의 경우 비이자수익에 별도 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배점을 부여한 것에 비춰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KPI 산정때 상대적으로 비이자수익 기여도 배점을 높게 설정했다는 얘기다.
은행 한 관계자는 "영업점이나 PB는 KPI에서 배점이 높은 부분에 집중해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KPI에서 비이자수익에 배점을 높이면 영업점 일선에서는 펀드 판매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사 차원에서 DLF 판매를 강조한 것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 금감원 분석이다.
원 부원장은 "은행 경영계획에서 매년 수수료수익 증대 목표나 DLF 판매 목표를 상향 제시하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일 단위로 영업본부 등에 실적달성을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DLF판매를 독려했다는 것은 DLF가 비이자수익 확대에 '효자'노릇을 했다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결국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핵심카드로 DLF를 꼽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경영 목표가 비이자수익에 집중되다 보니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 영업점 창구 직원들이 여러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이 많이 나는 DLF를 적극 판매했다는 얘기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집중 판매한 독일국채 DLF의 경우 은행은 선취 판매수수료로 1%를 받았다. 이 펀드가 사모방식으로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명의 투자자를 유치할 때마다 은행은 최소 100만원의 이익을 냈다는 얘기다.
◇ 내부 통제시스템 미비, 사태 키웠다
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미비했던 것도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 금감원 판단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내규에는 고위험상품 출시 결정때 상품(선정)위원회 심의와 승인을 얻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판매된 DLF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것은 1% 미만이었고 일부 심의건은 참석위원 의견을 임의 기재해 승인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은행에서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설정된 금리연계 DLF 380건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2건이었다.
특히 독일국채 DLF의 경우 위원회를 서면 개최하면서 결의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해당 상품이 출시된다는 내용의 자료가 우리은행 내부 게시판에 공개됐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일부위원들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임의기재하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위원을 상품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한 후 찬성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내부 심의위원회 의장이 부서장급이고 위원회 참석자들이 실무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하나은행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상품위원회의 위원장에 임원급 인사를 임명하지만 상품위원회는 유명무실 했다.
2016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설정된 금리연계 DLF 상품 753건 중 상품위원회에 부의한 건은 6건에 불과하고 이번에 손실사태가 발생한 DLF는 과거 부의건과 기초자산 일부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심의위원회가 생략됐다.
내부통제시스템이 미비하다보니 해당상품의 기초자산이 하락하면서 기존 판매한 DLF의 손실가능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꿔가며 신규판매를 지속하기도 했다.
원 부원장은 "은행 본점 차원에서 판매직원에게 손실가능성과 금리변동성 등 상품의 위험성 관련 중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며 "판매직원 교육자료에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 등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 우리·하나 "분쟁조정절차 적극 협조·내부 시스템 개선할 것"
이날 원승연 부원장은 이례적으로 "검사 대상 은행이 추가 검사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종합검사 피감기관에 대해 이같은 주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원 부원장의 브리핑 이후 김동성 은행 담당 부원장보 역시 "이번 사태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며 "PB영업이라는 것이 고객의 투자자금을 받아서 불려주는게 목적인데 이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됐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당행을 믿고 거래해주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진심을 다해 분쟁조정절차 등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손님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PB대상 KPI를 전면 재점검하고 투자상품 가입 프로세스 등 내부통제시스템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3일 밝힌 고객보호 방안을 이른 시일내에 도입하고 앞으로 있을 분쟁조정 과정에서 고객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고객 자산관리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현재 평가제도, 조직, 인력, 프로세스 등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있을 금감원의 추가 조사에도 적극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원 부원장은 "이번 합동검사를 통해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해 법리검토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쟁조정의 경우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와 배상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금융사기라는 주장과 관련해 금감원은 "해당민원에 대해서는 감독원, 판매은행, 피해자 3자 면을 통해 배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기' 라는 부분은 감독원이 아닌 사법당국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로, 사법당국이 자료를 요청할 경우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