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KB금융지주의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행장(사진)을 단독후보로 선정했다. KB금융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룹내 계열사 대표이사의 사례와 동일하게 임기는 1년"이라고 연임 임기를 못 박았다.
왜 임기는 1년일까.
국민은행장 임기는 최대 3년이다. 국민은행 지배구조내부규범을 보면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고 나와 있다.
연임 임기도 마찬가지다. 내부규범은 사외이사·부행장·전무·상무 임기는 첫 임기 2년에 1년씩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행장의 연임 임기는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연임도 최대 3년 내에서 정하면 되는 것이다. 내부규범 상으론 행장의 임기는 최대 '3+3'년이 보장된 셈이다.
내부규범에는 행장 임기를 최대 '3+3'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전날 KB금융이 연임 임기를 1년으로 결정한 것은 관례에 따라서다.
KB금융은 그간 계열사 대표이사의 임기를 '2+1'년으로 운영했다. 첫 임기는 2년에, 경영성과 등을 평가해 연임에 성공하면 1년씩 임기를 연장하는 방식이다.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한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의 연임 임기도 1년이었다. 2016년 취임한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는 '2+1+1'년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모든 은행이 행장의 임기를 '2+1'년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2017년 하나은행장 연임 당시 임기를 2년 더 보장받았다. 연임에 실패하는 사례도 있다. 올해 초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고 첫 임기 2년만 하고 물러났다.
최대 3년이 보장된 행장의 임기를 '2+1'년으로 나눈 것은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동반자'이면서 '경쟁자'이다. 회장은 행장 선임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KB금융의 대추위 위원장도 윤종규 회장이 맡고 있다. 반면 회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도 행장이다. 행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받으며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는다.
KB금융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KB금융 지배구조내부규범을 보면 회장의 임기는 '3년 이내 범위로 한다'고 나와 있는데 내부규범이 정하고 있는 최대치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임도 3년이 보장된다. 윤 회장은 2014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17년 3년 연임에 성공했다.
내부규범에 임기가 최대 3년이 보장돼 있지만 '첫 임기 2년, 연임 1년'이라는 관례를 따르는 국민은행장과 대조적이다.회장 임기는 '3+3'년으로 길게, 행장 임기는 '2+1'년으로 짧게 가는 셈이다. 회장 임기 중에 사실상 행장의 재신임을 물을수 있는 구조로도 볼 수 있다.
다른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회장 임기는 '3+3'년을 보장하지만 행장의 임기는 2년 내외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장 연임 임기는 1~2년으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이라며 "연임 기간이 짧아지면 단기간 성과에 집중하는 단점이 있지만 회장의 임기보다 행장의 임기가 길어지면 그룹 내부에 줄서기 등 알력이나 다툼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