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부터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고 자율주행시스템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게 된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도입한다고 밝히면서다.
이번 자율주행차 수준은 '레벨3'이다. 레벨3은 자율주행차가 차로에서 스스로 주행 가능하고 차로를 스스로 변경하는 '부분 자율주행시스템'이다. 운행 중에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떼도 된다는 얘기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으로 차로유지기능은 있지만 운전자가 핸들을 잡아야 하는 현재의 '레벨2 자율주행차'보다 한 단계 진화되는 것이다.
운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지만 자율주행차가 사고나면 누가 책임 질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6일 국토부 관계자를 통해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에 대한 문제를 알아봤다.
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은 일반차가 사고가 났다고 가정 해보자. 사고 상황 자체에서 굳이 자율주행차라는 것은 고려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사고의 판단은 누가(어느 차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쪽에 과실 책임이 있는 경우엔 운전자의 책임인지 자율주행차(제조사)의 책임인지 가릴 필요가 있다."
제조사와 운전자의 책임을 가릴 때 기준은?
"기본적으론 자율주행차가 안전기준 적합성에 맞게 행동 했느냐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다. 그 이외에 기준에서 다루지 않은 시스템상의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그것도 제조사의 책임이다."
국토부는 지난 5일 '자율주행차 안전기준' 6가지를 발표했다. 자율주행차가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나면 제조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다
①자율주행시스템은 운전자의 착석 등을 감지해 운전 가능 여부가 확인될 때만 작동한다.
②자율주행시 안전하게 차로가 유지되도록 최대속도와 최소안전거리를 제시한다.
③고속도로 출구 등 자율주행 작동 영역에 벗어나면 15초전에 운전자가 운전하도록 경고한다. 도로 공사 등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시 운전자 전환 요구를 즉각 알려야 한다.
④운전전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10초 이내에 운전자의 대응이 없으면 감속, 비상경고신호 등 위험최소화운행을 시행한다.
⑤충돌이 임박한 상황에선 최대한 감속, 비상조향 등이 작동한다.
⑥자율주행시스템이 고장 나도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이중화 등을 설계한다.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을 제조사에 무게를 둔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자율주행차가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나면 제작사 책임이 될 수 있다. 다만 비상운행 중에는 운전자에게 책임이 어느 정도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안전기준은 제작 기준이다. 사고 책임을 논하는 규정은 아니다. 자율주행차를 제작할 때 어떻게 설계해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고 책임에 대해선 다른 법령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모드에선 운전에 대한 통제권이 자율주행차에 있고, 그 책임은 제조사가 지게 된다. 하지만 운전 제어권이 운전자에게 넘어가는 15초 동안 운전자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사고 책임을 누가 질지가 갈린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산업계의 준비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최근 신년사에서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는 앱티브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 합작법인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면서도 "2023년 상용화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그간 글로벌 자율주행차 안전기구와 협의를 거쳐 안전기준을 다듬어 왔고 제작사와도 충분한 협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레벨3는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어느정도 완성된 단계"라며 "원래 현대차가 올해 출시하려던 자율주행차를 내년으로 미뤘는데 제도가 마련된 만큼 올해말에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