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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사상 첫 0%대…한은 '뒷북 인하'

  • 2020.03.16(월) 18:24

임시 금통위 개최…연 1.25%→0.75%
李총재 "코로나19 빠른확산, 예상못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낮췄다. 코로나19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경제 위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린 특단의 조치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다.

한은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낮춘 건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0.50%포인트)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0.75%포인트) 두차례뿐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인하폭도 '베이비 스텝'으로 불리는 통상적인 수준(0.25%포인트)을 넘어섰다. 지난 13일 한은이 임시 금통위 개최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만 해도 금융시장에선 0.25%포인트 인하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운신폭이 줄어드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제로금리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달 말에도 "실물경제 부담을 완화하는 여건은 지난 금리인하로 마련됐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은이 기존 입장을 번복한 건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고, 이에 대응해 각국이 공격적인 완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3일 0.50%포인트 인하에 이어 이달 들어 두번째 인하 결정이다. 연준은 또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는 5개국 중앙은행들과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지난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리인하와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0.25%포인트로 낮추고,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줄이고,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원활히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지난달 말 국내에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됐음에도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을 의식해 금리동결을 고집했다가 해외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보고 등떠밀리듯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선제적 통화정책'이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이날 금리인하는 지난 1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에 이 총재가 참석한 이후 이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땐 불과 2주 앞 상황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아니냐"면서 "통화정책 최고전문가들의 집단실패"라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 때는 동결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이렇게 빠르게,  많은 지역으로 퍼져나갈지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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