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가 전전긍긍이다. 그동안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지켜오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처지에 놓여서다.
우선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의 개념 자체를 개편하기로 발표하면서 그동안 인센티브를 받아왔던 중금리 대출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을 핵심 사업 시장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는 등 쟁쟁한 경쟁상대의 등장이 이미 예고된 점도 고민거리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간 중금리 대출 시장은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민간 중금리 대출 신규 공급액 규모는 지난 2017년 2조7812억원에서 지난해 11조278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당한 차주들의 수요가 이어진데다 저축은행을 필두로 제2금융권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공급된 민간 중금리 대출 11조2788억원 중 74%가량인 8조4041억원이 저축은행을 통해 공급됐다.
이처럼 중금리 대출 시장은 저축은행의 핵심 사업권이지만 앞으로는 이를 지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의 개념을 바꾸겠다고 공표한 점이 고민거리다. 그간 민간 중금리 대출 중 △중금리 대출로 사전 공시된 상품 △신용등급 4등급 이상에게 70%이상 공급된 상품 △업권별 금리요건을 만족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봤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이를 신용평점 50%이하(등급기준 4등급 이하)에게 실행되며 금리상한 요건(△은행 6.5% △상호금융 8.5% △카드 11.0% △캐피탈 14.0% △저축은행 16.0%)을 충족하는 모든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민간 중금리 대출로 인정하기로 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최대 859점 이하, KCB 기준 820점 이하인 대출 차주에게 실행되면서 금리 16% 이하의 대출은 모두 중금리 대출로 보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이라고 인정받은 대출 중 일부는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 중금리 대출이라고 공시한 대출 중 일부는 신용점수 900점 이상에게도 취급됐지만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용평점 50%이하에게 취급된 대출만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게 된다.
여기에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이라고 사전 공시한 중금리 대출 상품 91개의 평균 금리는 13.59%로 예정된 금리상한을 충족하긴 했지만, 이 중 일부는 금리 16%를 초과해 취급됐다.
즉 이번 방안으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취급해오던 중금리 대출 중 일부는 앞으로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인정받았던 중금리 대출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역시 "시장금리가 지속 하락했음에도 금리요건이 변경되지 않아 저축은행 신용대출 중 절반 가량이 민간중금리 대출로 집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히며 저축은행에서 현재 취급되는 중금리 대출 중 일부는 진정한 의미의 중금리 대출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도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 해 중금리 대출을 좀 더 촘촘하게 공급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저축은행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볼멘 소리까지 할 정도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민간 중금리 대출 상품을 공급해오며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해 왔다"며 "금융당국에서 네이버와 미래에셋캐피탈 간 협업의 예를 들어가며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 하라고 하는데 저축은행도 비금융정보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먼저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 결국 인센티브 방안이 없으면 개인신용대출 탈락자만 늘어날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중금리 대출 방안 중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 인센티브는 지난해 11월 출시되 거의 취급이 전무한 서울신보 보증 소상공인 중금리 대출 뿐"이라며 "결국 중금리 대출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기반을 지닌 인터넷 전문은행에게 맡기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 역시 저축은행에겐 고민거리다. 짧은 시간안에 많은 고객을 미리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내놓는 중금리 대출 상품과 경쟁할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관계자는 "그간 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은 대환대출이나 정책상품 위주로 공급되면서 저축은행들에게는 큰 경쟁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며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6% 이하대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저축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버금가는 금리경쟁력을 갖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