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연이어 높이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나홀로 대출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출혈경쟁까지 불사하면서 대출 고객 모으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나서 가계부채 관리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하면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출 확대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석 이후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계획 이후 인터넷은행이 출혈 경쟁을 멈출지도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최근 일부 대출을 사용하는 대출차주에게 1~2달간의 이자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일부 대출 상품을 받을 경우 이자 한달치를 돌려주는 이벤트를 내달 9일까지 진행하며 케이뱅크는 내달 말까지 일부 대출상품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두달간의 이자를 환급해주는 이벤트에 나섰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통장 한도 인하, 신용대출 한도 인하, 우대금리 삭제 등 대출 문턱을 연이어 높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여기에는 최근 발표된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방안에 기인한다. 앞서 금융위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와 인터넷 전문은행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들에게 전체 신용대출 중 20%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울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진행하는 이자유예 이벤트 대상 역시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상품을 받을 경우에 지급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특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조건을 대폭완화했다. 그동안에는 사전에 '중금리대출상품'으로 공시된 상품 중 신용점수 820점 이하(KCB기준) 차주에 70%이상 공급돼야 중·저 신용자에게 공급된 중금리 대출로 인정했는데, 이를 개선해 KCB 820점 이하의 차주가 받은 대출은 모두 중·저 신용자 대출로 보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신용대출에 대한 별다른 상품 모델 개선 없이 KCB 820점 이하 대출자들 모시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이자부담과 가계부채 급증의 우려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출혈경쟁에는 별다른 제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목표치 조기달성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게는 강력한 잣대를 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역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을 취급하고 있고 KCB 820점 이하인 고객 중에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우량고객도 충분히 많지만 은행은 적극적인 대출 프로모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취지를 살리고 목표치 달성을 위해 금융당국이 강건너 불 보듯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제2금융권에서도 이같은 불만은 터져나온다. 제2금융권 역시 대표적인 중·저신용자들이 찾는 대출 창구 중 하나인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출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강도높은 관리를 주문함과 동시에 추가 규제까지 예고하고 있어서다.
당장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전문금융협회장들과 만나 가계대출에 대해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즉 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똑같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을 취급하는데 제2금융권에는 좀 더 보수적인 대출 취급 행태를 요구하면서 왜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혈경쟁은 가만히 두고만 보는지 모르겠다"며 "특히나 추석 이후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 확대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이러한 행태를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모순을 나타내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실수요자들의 대출수요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할텐데 그렇다면 기존 금융사를 찾는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주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따라서 추석 연휴 이후 나올 대출규제를 두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이러한 출혈경쟁 행태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추석 이후 강력한 대출규제를 예고한 상황이라 전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며 "규제는 당장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 까지 장기적으로 이어질텐데 전 업권의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