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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없는 금융규제]②인슈어테크 고사 위기, 빅테크도 부글부글

  • 2021.10.22(금) 06:55

[선 넘는 금융]
빅테크 규제하려다 '마이데이터'도 막혀
일부서 인원감축, 추가 투자유치도 난항
빅테크, 핀테크와 마이데이터 역차별 논란

보험가입 내역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 추천을 핵심 서비스로 제공하는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사실상 빅테크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유탄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까지 튀면서다. 당국이 수습에 나섰지만 여러 법안이 얽혀 있어 활로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기사 : [답없는 금융규제]①금소법 유탄 마이데이터…당국은 핑퐁게임(10월21일)

빅테크 내에서도 다른 인슈어테크나 핀테크 업체들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는다며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행되도 서비스 못해…한두달 새 고사 위험도

핀테크업체들은 오는 12월 1일 시행을 앞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집중해 왔다. 금소법에는 가로막혔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까다로운 당국의 심의를 거쳐 라이선스를 따낸 만큼 핵심 업무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플랫폼의 보험대리점(GA) 등록을 허용해야 하지만 법안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우회방안을 모색 중이다. 

문제는 마이데이터의 본격 시행이 한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샌드박스 적용은 아직 시행 결정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샌드박스를 신청한다고 해도 당국 심사 과정을 거쳐 의결되기 까지는 통상 2~3달이 소요된다. 지금 당장 샌드박스를 신청한다고 해도 2달여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빅테크나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핀테크들의 경우 다른 서비스를 통해 그나마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인슈어테크기업의 경우 제공하는 서비스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생존 위기에 놓였다. ▷관련기사 : [인슈어테크 살아남기]②마이데이터 '기회' 플랫폼 규제 '악재'(8월10일) 

인슈어테크 관계자는 "금소법으로 인해 서비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12월 시행을 목표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금융위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적용되면 서비스를 다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재까지는 수익확보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핀테크의 경우 주력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면서 운영 및 신규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인슈어테크기업인 보맵은 최근 인력을 3분의 1 가량 줄이고 핵심 서비스인 보험보장분석 대신 GA를 통한 영업매출 확대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핀테크업게 관계자는 "최근 투자를 받아 여력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은 사실상 어려움이 크다"라며 "내세우던 주력 서비스가 막힌 만큼 추가 투자유치를 위한 해법이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것 만으로는 비즈니스(수익창출)가 되지 않는다"라며 "당국과도 데이터를 모아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어떻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지에 대해 논의했지 서비스 자체가 막힐 줄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는 핀테크 상황이 각기 다른데다 규제샌드박스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하지만 계속된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 핀테크업체들의 경우 빅테크와 달리 한 두달에 생존이 갈릴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권 전문가들 역시 당국이 빅테크 규제를 서두르다 보니 파급에 대한 분석이나 대안 없이 규제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플랫폼이 의미가 있는 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소비자 생태계를 만들어 채널 확대와 경험이 생겨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같은 서비스들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라며 "당국에서도 빅테크 규제에 신경쓰다 보니 핀테크업체들에게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던진 결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것은 맞지만 영업 자체를 막을 경우 플랫폼의 장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라며 "당국에서도 상황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 막막해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빅테크 샌드박스 수요조사서 제외 "역차별" 지적 

한편 빅테크 내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금소법 규제로 인해 서비스를 접거나 개편하고 있는 것은 동일한데,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를 동일하게 획득했음에도 다른 인슈어테크나 핀테크 업체들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점에서다. 

실제 금소법으로 인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제한 문제를 풀기 위해 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빅테크는 제외됐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앞세워 빅테크를 정조준하고 있음에도 동일하게 라이선스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에 차이를 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이는 오히려 빅테크를 역차별 하는 것으로 마이데이터 시행에 앞서 당초 계획했던 사업을 어떻게 현실화할지 당국에서 책임지고 정리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과 마이데이터와 관련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계된 부서 간에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이 되지 않고 삐걱거린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된다"라며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새롭고 큰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어 계속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다 봉합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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