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 마약 환각상태에서 자동차를 몬 운전자가 승용차 2대를 들이받고 과속으로 도주하다 7중 연쇄 추돌사고를 냈다. 보험사는 전치 12주 척추 골절상 포함 9명의 피해자에게 약 8억1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가해 운전자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마약이나 약물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면 운전자가 최대 1억5000만원의 사고부담금을 내야한다. 또 내년 7월이후 음주나 무면허, 뺑소니 사망 사고시 부담금이 최대 1억7000만원까지 높아진다
마약·음주 운전자 등 사고 유발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사고에 대한 부담이 선량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선했다고 30일 밝혔다.
마약·음주·무면허·뺑소니 운전자 책임 강화
우선 마약·약물 운전 사고부담금이 신설됐다. 마약 등에 취해 운전하는 것도 음주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아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마약·약물을 복용한 채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더라도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 운전자는 아무런 금전적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음주운전과의 형평성, 마약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마약·약물 운전중 사고를 낸 운전자는 최대 1억5000만원의 사고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음주·무면허·뺑소니 사고를 낸 운전자는 대인·대물 등 모든 유형의 사고 책임부담금을 의무보험 한도내 '전액'으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대인(사망시) 1억5000만원, 대물 2000만원의 보험금은 모두 운전자가 내야한다.
기존에는 대인 부담금은 음주운전의 경우 1000만원, 무면허·뺑소니 300만원이었다. 대물은 음주운전 500만원, 무면허·뺑소니는 1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군인·사고 피해자 보험금 산정도 개선
군인의 상실수익액(보험금) 보상도 현실화된다. 군복무(예정)자가 차사고로 사망·후유장애가 발생하면 군복무 기간중 병사급여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해 군면제자에 비해 보험금이 적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군면제자 등과 동일하게 일용근로자 급여(월 282만원 수준)를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개선해 군복무(예정)자의 사망·후유장애시 보험금이 기존 약 915만원에서 약 3260만원으로 늘어난다.
사망보험금 등 상실수익액을 산정할 때 계산 방식도 피해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바뀐다.
법원·국가배상법과 동일하게 단리방식(호프만식)을 적용하도록 개선되는 것이다. 그간 자동차보험은 복리방식(라이프니츠식)을 적용해 배상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문제가 있었다.
11세 여성 기준 상실수익액은 복리방식으로 계산하면 약 2억9000만원이지만 단리방식으로는 약 4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륜차 사고시 운전자가 손상된 이륜차 전용의류의 구입가격을 입증할 경우 2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하도록 보상기준도 개선된다.
"마약·음주운전 사고 경각심 제고"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선 내용은 내년 1월1일 책임이 개시되는 자동차보험 계약부터 적용된다.
다만 음주·무면허·뺑소니 관련 사고부담금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시기에 맞춰 내년 7월28일 책임이 개시되는 자동차보험 계약부터 적용된다.
표준약관 개정사항중 경상환자 치료비 지급체계 관련 내용은 보험업계의 보상 프로세스 개선 등을 거쳐 1년의 유예기간 부여 후 2023년 1월 이후 발생하는 사고부터 적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마약 및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한편, 사고 보상에 따라 유발되는 보험료 인상요인을 제거해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