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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시대 열리나]②'나 때는 12개였어'

  • 2022.04.01(금) 06:45

박정희·노태우 정권 시절 지방금융 육성
IMF로 '절반' 퇴출…지방은행 특성 영향

금융권의 서울 집중화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사라진 일부 지방은행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동시에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탈 서울집중화가 가지고 올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한 장단점을 세세하게 짚어본다.[편집자]

31일 기준 은행연합회 정사원 은행중 기업금융, 가계금융 등 일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은 총 19개다. 이중 씨티은행은 리테일 사업 부문을 철수키로 했으니 사실상 18개 시중은행이 영업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은행수가 너무 많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은행들이 영업을 영위했다. 지난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1도 1은행' 정책에 따라 각 지방을 대표하는 수 많은 지방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있는 5개 지방은행 모기업 금융지주들. /그래픽=비즈니스 워치

지방은행, 지금의 2배였던 시절 있었다  

소위 말하는 유신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이른바 '1도 1은행' 정책을 시행했다. 그에따라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연고지인 대구지역에 최초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탄생했다. 이후 행정구역상 각 도(道)에 하나씩 지방은행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해 부산 인근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부산은행, 1968년 전라도 광주 중심 광주은행과 충청남도 중심 충청은행이 세워졌다. 1969년에는 경기은행과 전북은행, 제주은행이, 1970년에는 과거 마산지역을 거점으로 한 경남은행, 71년에는 충북은행이 연달아 설립됐다.

이후 제6공화국 시절 노태우 대통령은 지역금융권 형성을 위한 금융기관의 신설 정책을 추진했고 추가로 지방은행들이 불어났다. 대구 대동은행, 강원도 강원은행 등이 출범하는 등 총 12개의 지방은행이 영업을 영위했다. 다만 대동은행은 대구에 본점을 두기는 했지만 전국구로 영업을 했기 때문에 지방은행으로 분류하지 않기도 한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금에 비해 지역 균형발전이 골고루 이루어지던 시기였다고 본다"며 "이에 따라 지역 발전을 위한 금융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독려했으며 해당 지역 유력인사들이 이를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지방은행 절반을 정리하다

12개 지방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생사가 갈리게 된다.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은행들의 특성상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구 영업을 펼치는 은행들보다 부실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당장 동남은행만 하더라도 외환위기 국내 은행중 손에 꼽히는 자산 건전성을 자랑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1차 금융 구조조정 당시 첫번째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은 퇴직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그 특성상 지역경제가 무너지면 자산건전성이 심하게 훼손되며 전국구 은행보다 오히려 더욱 위험하다"며 "핵심 여신 등이 거점 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인데, IMF 당시 지방은행들이 우선적으로 정리된 것도 이러한 특성이 반영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차 금융 구조조정에는 동남은행, 대동은행, 경기은행, 충청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고 뒤이어 2001년 진행된 2차 금융 구조조정에서는 강원은행과 충북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들은 현재 남아있는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그리고 SC제일은행 등으로 인수 합병됐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지방은행들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였다.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을 위해 출범시킨 우리금융지주로 편입됐고 부산은행은 금융감독당국으로 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나마 거점지역에 삼성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던 대구은행의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전북은행은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왔던 점이 생존할 수 있던 밑바탕이 됐었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는 지방은행이 얼마나 그 지방 의존도가 강한가를 상기해주는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며 "현재 남아있는 지방은행중 제주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지방을 넘어 전국으로 영업망을 넓히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동안 지방은행은 거점지역에서만 영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당장 관련 법에도 지방은행은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지 않는 금융기관'이라고 명시할 정도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성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영업권을 수도권(경기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내줬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핵심 금융기관들이 모여있는 서울에서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분실 등을 낼 수 있었지만 이에 그쳤다"며 "2015년 금융당국이 수도권 진출을 허가해 준 이후 꾸준하게 수도권에 영업점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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