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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시대 열리나]④'빛 좋은 개살구' 될라

  • 2022.04.04(월) 06:10

작년 6개 지방은행 순익 1.3조…역대 최대
거점지역 경쟁력 약화…지방은행도 영향권
충청·강원은행 부활…'넘어야 할 산' 많아

금융권의 서울 집중화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사라진 일부 지방은행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동시에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탈 서울집중화가 가지고 올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한 장단점을 세세하게 짚어본다.[편집자]

최근 우리나라 지방은행들은 승승장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점지역 경기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벗어나 살아나기 시작하면서다. 여기에다가 금리상승기라는 호재까지 맞이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경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순간의 '반짝임'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은행들의 핵심 영업구역인 거점지역의 발전 속도가 더디다 못해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점지역 붕괴는 곧 지방은행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원도와 충청도에 새로운 은행 설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방은 여전히 후퇴중인데 굳이 이 곳을 거점으로 하는 은행을 세웠을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작년 역대급 실적이었지만..

지난해 6개 지방은행이 거둬드린 순익은 1조3394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급 순익이다. 

구체적으로 BNK부산은행 4026억원, DGB대구은행 3300억원, BNK경남은행 2306억원, 전북은행 1613억원, 광주은행 1965억원, 제주은행 184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주요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가계와 기업의 높은 대출 수요와 금리상승기의 덕을 톡톡하게 봤다.

대출자산이 늘어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핵심 이익인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났고 이것이 곧 순익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각 지방은행 거점지역의 상황을 두고 따로 따져보면 지난해 역대급 순익이 '찰나'의 순간이 될 가능성도 있다.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은 거점지역에 제조업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전체 대출중 60% 이상이 기업대출에 몰려있다. 이들 거점지역의 산업시설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이 은행들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2018년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의 연간순익이다.

부산은행의 2017년 순익은 2032억원으로 전년대비 37% 줄었다. 경남은행의 2018년 순익은 1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이 기간동안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실적 부진은 거점지역의 핵심사업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자동차산업 경기둔화 등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라 것이 은행권의 분석이다.

같은 금융환경에서 사업을 펼친 은행이지만 영업망이 집중돼 있는 곳에 따라 희비가 갈린 셈이다. 거점지역의 경기가 지방은행의 운명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대로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은 거점지역의 산업기반이 수도권, 부·울·경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당장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기업대출중 60%이상이 제조업이 아닌 부동산·임대업, 소상공인 대출에 쏠려있다.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의 경우 지역경기가 아닌 지역 인구수가 줄어들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가 문제다. 현재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은 인구 고령화, 저출산, 인구유출 등으로 인해 핵심 자원인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구감소는 거점지역 산업의 후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백원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학 졸업자의 지역간 이동과 노동시장 성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의 거점지역인 부·울·경 지역(동남권), 대구·경북 지역(대경권), 호남권의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기준 동남권에서는 3만635명, 대경권에서는 1만9898명, 호남권에서는 1만3111명의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경기도 점차 안갯속이다. 일례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울경 지역의 국내 매출 상위 1000대 기업 수는 지난 2010년 110곳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84곳으로 줄어든 바 있다.

당장 이들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좋지 않다는 것이 호실적 뒤 가려진 지방은행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지난해말 기준 부산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대출의 비율)은 0.34%, 경남은행은 0.61%, 대구은행 0.49%, 전북은행 0.43%, 광주은행 0.33%로 집계됐다. KB국민(0.33%), 신한(0.27%), 하나(0.26%) 우리(0.20%)보다 높다. 

특히 이들 은행은 지난해 연말 부실채권을 대규모 정리했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나타낼 수 있었다. 부실채권 정리 전이었던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1%에 가까운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인 은행도 있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순익이 많이 나고 있지만 앞으로 거점지역의 변화로 인한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위기감은 늘 존재한다"며 "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은행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원·충청은행 부활…가능할까?

현재 새로운 지방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강원도와 충청도 역시 은행을 출범시킴과 동시에 현재 지방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최근 은행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매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중은행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방은행은 필연적으로 지역 협동조합과의 경쟁도 펼쳐야 한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지방, 특히 충청권과 강원권의 경우 지역 농·축협, 수협 등 상호금융이 지역 금융망을 잡고 있다"며 "특히 이들 상호금융은 해당지역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일반 시중은행 영업점보다 더욱 견고하게 고객을 방어한다"고 설명했다. 

충청권 한 농협조합장 관계자는 "충청도는 은행을 쓴다면 과거 충청은행을 흡수합병한 하나은행을 많이 이용하기는 하지만 단위 농협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며 "해당 지역을 밀착해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지자체가 나선다고 해도 이러한 한계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에서 출자를 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는데 그 지역에는 이미 상호금융들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영업을 펼치고 있다"며 "지자체가 은행 설립 이후 시금고 등을 밀어주더라도 이들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고 정치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제주은행을 제외한 5개의 지방은행이 왜 수도권, 글로벌 등으로 영업망을 확대하려고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거점지역에 집중해야 하는 지방은행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거점지역에서 한정적인 영업을 해야하는 은행 설립은 오히려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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