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가 외면했던 안심전환대출이 문턱을 낮춰 다시 돌아온다. 집값과 소득기준, 대출 한도 등 자격기준을 낮춰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금리 수준은 그대로다.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금융당국도 안심전환대출 금리를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로 인해 과거 안심전환대출이 인기를 끌었던 금리 수준에 미치지 못한데다 완화된 집값 문턱도 아직 높은 수준이라 소비자들이 안심전환대출을 활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안심전환대출, 문턱 낮춰 재출격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단계 안심전환대출은 1단계보다 자격요건을 완화했다. 주택가격은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부부합산 연소득은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다만 기존 대출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주택가격 등 자격기준을 완화해 추가 신청‧접수를 진행하는 것은 1단계 공급 실적이 당초 기대보다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단계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액은 3조9891억원으로 공급계획(25조원)의 16%에 불과하다.
안심전환대출이 소비자 관심을 끌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자격요건이 꼽힌다. 주택가격 4억원 이하와 소득기준 7000만원으로는 신청 가능한 대상 자체가 많지 않아서다.
공급 계획을 초과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2019년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가격 요건이 9억원 이하였다. 3년 전보다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주택가격 기준은 강화되면서 탁상행정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까지 추가 접수를 진행했고, 자격기준을 완화해 내달 7일부터 2단계 공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1단계 공급 실적이 예산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집값 기준 등을 완화해 추가 공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들했던 관심 되찾을까
정부가 나서 고금리의 변동형(혼합형 포함)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 고정형으로 전환해주는 것은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이 겹치며 올 6월 기준 가계부채는 1869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이에 따른 대출금리도 치솟았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가계대출 구조는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82.3%(7월 기준) 수준이다. 변동형 상품은 금리 인상분이 대출금리에 빠르게 반영되고, 차주들의 금융비용은 급격히 늘어난다.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하는 이유다.
하지만 자격 요건 완화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집값 기준을 6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시세와 비교하면 대상 주택이 제한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8000만원, 수도권은 7억3768만원이다.
또 안심전환 이용시 적용되는 금리 수준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3년전 공급됐던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1.95~2.2% 수준인데 반해 이번에 공급되는 금리는 3.7~4%로 1단계 수준을 유지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이 8%에 육박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라 현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 금리를 더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향후 금리가 떨어질 경우 등을 고려하면 고정형을 선택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이에 자격요건이 된다면 안심전환 활용 후 금리가 떨어지는 시점에 대환을 고려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출시 후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이라며 "자격요건을 갖춘 차주는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고 금리 인하기에 다시 시중은행 변동형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격요건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집값 기준 문턱이 높다는 게 문제"라며 "집값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안심전환대출 가능한 차주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정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