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차기회장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했다. 임추위는 다음주 이들에 대한 두 차례의 면접을 거쳐 다음달 3일 최종 회장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우리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앞서 8명으로 추렸던 차기 회장 후보군을 4명으로 좁혔다고 밝혔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은행 은행장,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다.
우리금융지주 차기회장 숏 리스트가 발표되면서 우리금융 내외부에서는 출신은행, 관치논란 등을 놓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내부출신 2인두고…벌써 '웅성'
금융권에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은행장 등 내부출신 인사들의 경영능력 등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출신은행이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우리금융지주는 출신은행에 따른 임원 비율 등을 조율하는 작업을 통해 계파갈등 청산을 외쳐왔다. 다만 손태승 회장(한일은행 출신)취임이후 상업은행 출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후임으로 한일은행 출신 이원덕 행장을 임명하면서 상업은행 출신들이 아쉬움을 표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임추위 역시 이같은 상황을 염두해 한일은행 출신인 이원덕 행장과 상업은행 출신인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을 포함해 균형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롱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내부출신 인사들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없었고 내부에서는 출신은행에 주목하는 분위기였다"며 "차기 회장 숏 리스트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누가 회장에 오르건 조직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우세'속 내부 '반발'
임추위가 외부출신으로 분류한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중에서는 임 전 금융위원장이 좀 더 우세에 선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 굵직한 경력을 자랑하는데다가 금융당국과의 어수선한 관계를 다잡는데는 최적의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직접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이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관건은 내부의 반발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바 있어 민간에 대한 경험이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력을 '관'에서 보내온 관료출신이다.
만일 임종룡 전 위원장이 회장 자리에 오를 경우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입장을 우선 경영에 반영하는 '관치금융'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금융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임추위, 이복현 쓴소리에 응답
후보 추천 내용과 별개로 임추위가 이날 숏리스트를 낸 이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지한 것에 대해서도 금융권은 여러 분석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임추위의 행보에 이복현 원장이 쓴 소리를 날려서다.
우리금융지주 임추위는 지난해부터 회의를 펼쳐왔지만 차기 회장 후보군은 지난 18일 처음으로 명단을 내걸었고 일주일이 지나서 이를 4명으로 압축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를 두고 "충분히 검증 가능한 시간이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이복현 원장은 "선진금융기관을 보유한 나라의 경우 이사회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회장의 유고도 고려한다"라고 했을 정도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충분히 검증된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하라는 압박이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 임추위는 이례적으로 숏리스트 후보군에 대한 면접 전형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일에는 심층면접, 3일에는 추가면접 등을 진행한 이후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통상 금융지주 임추위 혹은 회추위가 차기 CEO를 결정시 숏리스트 결정 이후 한 차례의 면접 이후 곧장 차기 CEO를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복현 원장의 발언을 의식한 임추위가 두 번에 걸친 면접 등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정관상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는 정기 주총 소집공고 30일 이전에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임추위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다"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회장 후보 선출을 더는 늦출 수 없으니 두 차례의 면접을 진행해 충분히 검증하겠다는 메시지를 금융당국에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