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입이 어둡게 예측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들의 실적부진이다.
기업(법인)들은 결산이 끝난 후 3개월 이내에 법인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대부분 기업들이 몰려 있는 12월말 결산법인(2022년 100만개)의 경우 작년 영업실적이 반영된 법인세를 이미 3월에 대부분 납부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3월말까지 법인세 납부액은 정부 예상에 크게 못미친다. 법인세의 세입예산 대비 징수실적 상황을 나타내는 세수진도율은 3월말까지 23.1%로 작년 같은 기간(30%)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다.
결국 올해 거둬들일 법인세수입 상당부분은 올해 실적에 달려있는 셈인데, 문제는 기업들의 올해 영업실적이 매우 부진하다는 것이다.
작년 법인세 8.4조원 낸 삼성전자, 1분기 3.9조원 영업손실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 상위 기업들만 보더라도 올해 실적부진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법인세를 1조원(개별재무제표 법인세 납부액 기준) 넘게 납부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홀딩스, 기아, LG화학 5개 기업이다.
특히 국내 기업 중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무려 8조4046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2021년(5조8251억원)보다 2조6000억원 가까이 더 많은 금액이다.
그런데 올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인세 기반이 되는 영업실적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95.5% 줄어든 640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핵심 사업부문인 반도체 사업부문은 14년만에 적자를 보인 상태다. 삼성전자 개별재무제표상에는 1분기에 3조9087억원의 '영업손실'이 기록됐다.
작년에 3조7954억원의 법인세를 책임졌던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에 2조276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년도 1분기에 약 3조원의 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조원 넘게 영업이익이 추락한 셈이다.
지난해 2조원 넘는 법인세를 낸 포스코홀딩스는 영업손실은 아니지만 전년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49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고, 같은 시기 법인세 1조클럽에 들어 왔던 LG화학 역시 올해 1분기에는 5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실적으로 중간정산한다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올해 전체 법인세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12월말 결산법인은 다음해 3월에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만, 상반기 실적에 대한 법인세를 중간정산해서 그 해 8월말까지 신고납부하는 절차도 거친다. 중간예납이라고 한다.
법인세 1년치를 몰아서 내면 기업들도 부담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재정수입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절반을 미리 정산해서 세금을 걷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처럼 작년에 법인세를 낸 실적이 있는 기업들은 중간정산을 할 때, 작년에 낸 것의 절반을 툭 잘라서 내는 방법과 실제 상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계산해서 내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작년보다 좋지 않은 경우 작년에 낸 법인세 절반을 잘라 내는 것보다 올해 실적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이 된다.
물론 내년 3월 법인세 신고기한에 실제 내야할 세금을 최종적으로 정산하기 때문에 조삼모사의 성격도 있지만, 당장 낼 세금부담이 줄어들고 그만큼 자금여력이 생기는 것은 확실하다. 그 금액이 수천억원이나 조단위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후자의 방법으로 중간예납 법인세를 낸다면, 올해 법인세수입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올해는 법인세율도 구간별로 1%p 인하됐는데, 세율인하의 적용도 당장 법인세 중간예납부터 적용된다.
특히 과표 3000억원 초과의 대기업들만 적용받는 최고세율구간은 25%에서 24%로 세율이 인하됐다. 세율인하에 따른 대기업들의 법인세액 감소효과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법인세 중간예납 방법
1. 전년도 납부한 법인세액이 있는 경우 그 절반을 낸다
2. 전년도 납부한 법인세액이 없는 경우 올해 실적만큼 낸다
3. 전년도 납부한 법인세액이 있지만 올해 실적만큼 낸다
중간예납 안 하는 중소기업들 늘어난다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올해 낼 법인세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들 역시 12월말 결산법인은 8월말에 중간예납으로 법인세 절반을 중간정산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중간예납할 세금이 30만원 미만이면 중간예납 의무가 면제되는 혜택이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중간예납 면제 기준이 올해부터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됐다.
작년이나 올 상반기 실적이 나빠서 내야할 법인세가 50만원 미만이라면 중간예납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규모는 작지만 전체 법인의 90%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낼 법인세수입의 상당부분이 올해 당장은 걷히지 않는 셈이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들조차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실적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중간예납 면제 대상이 정부의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들이 당장 유리한 쪽으로 중간예납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올해부터 중소기업들의 중간예납 면제 대상도 확대되어 전체적으로 법인세수입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경우 각각이 납부할 세액은 적더라도 워낙 법인수가 많아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