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넷은행 '막내'였던 토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터넷은행들의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케이뱅크는 지난해 충당금 여파에 순익이 뒷걸음질쳤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3549억원으로 전년대비 3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는 175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전년(-2644억원) 대비 적자 규모를 2469억원 가량 줄였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순익은 128억원으로 전년대비 84.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실적이 개선된 데는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이자이익은 1조1115억원으로 전년대비 18.44% 늘어났고, 토스뱅크 이자이익은 5547억원으로 전년대 155.3%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대출자산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카카오뱅크 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38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조8000억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주담대 잔액만 7조9000억원 늘어나는 등 주담대 수요를 흡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도 전년대비 155.3% 증가한 5547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두면서 전년대비 16.9% 성장한 케이뱅크(4504억원)을 앞섰다.
여신 규모에서도 케이뱅크를 바짝 따라잡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말 토스뱅크의 여신 잔액은 12조4000억원으로 케이뱅크(13조8400억원)와의 격차는 1조4400억원으로 전년(2조1700억원)대비 좁혀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순익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충당금으로 2927억원을 적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2526억원) 및 토스뱅크(2181억원)보다 더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충당금커버리지비율은 250.1%로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237%)와 토스뱅크(212.2%)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경기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사상 최대인 292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 고객 수 큰폭 늘었지만 연체율도 '최고'
토스뱅크는 고객 수에서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의 고객 수는 카카오뱅크가 2284만명, 케이뱅크가 953만명, 토스뱅크가 888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42만명, 104만명, 348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토스뱅크의 성장 속도가 가장 빨랐다.
반면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타 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건전성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말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1.32%로 전년(0.72%)대비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0.96%로 전년대비 0.11%포인트 상승했고, 카카오뱅크는 전년 같은 기간과 동일한 0.49%를 기록했다.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기업대출 부문(사업자대출·SOHO)에서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토스뱅크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60%로 전년대비 2.23%포인트 뛰었다. 반면 같은 시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1.11%로 전년대비 0.33%포인트 뛰었다.
올해 토스뱅크의 흑자전환 여부는 대손비용 관리에 달려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규 뿐만 아니라 기존 중금리대출 채권에서도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은 상황"이라며 "과거 중금리대출에 도전했던 회사들도 저금리 시절 대출을 늘렸다가 고금리 시기 부실 채권이 증가하면서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환대출·IPO 등 청사진 그리는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도 대환대출 수요를 흡수하면서 가파른 여신 성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 동안 주담대의 경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총 5722억원이 몰리며 같은 기간 시중은행으로 갈아탄 규모(3212억원)의 1.78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9월 전월세자금대출을 출시했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전월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해 인터넷은행들의 대환대출 경쟁에도 참전한 만큼 대출 성장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의 전월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060억원 규모다.
케이뱅크도 올해 IPO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만큼 올해는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다양한 고객 혜택과 금리 강점으로 올해 들어 일평균 신규 고객 증가가 이미 22년 고객 증가의 50%를 달성했다"며 "케이뱅크는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올해는 더욱 빠르게 성장해 '생활 속의 케이뱅크, 넘버원 인터넷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