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PF 사업장 정리를 더욱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수도권 저축은행을 포함한 4곳에 대해 추가 경영실태평가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통계 공개, 현장점검 등을 통해 부실 PF 정리를 적극 유도해 왔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판단,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들조차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주 부동산PF사업장 재평가 결과 발표도 앞두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 저축은행 4곳에 대해 추가로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올해 1~2분기 연속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 4곳이 대상이다.
당국 압박에도 버티자…경영실태평가
이번 경영실태평가 대상으론 수도권 기반의 중대형 저축은행 A·B사 2곳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더욱 쏠린다.
지난 1분기 A사의 연체율은 12.4%,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6.83%였다. B사의 연체율 19.05%, 고정이하여신비율 24.27%에 달한다. 같은 기간 PF대출 연체율은 A사 18.97%, B사 17.32%다. 2분기 실적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 B사 측은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경영실태평가는 자산건전성 지표 등이 부실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금융감독 절차다.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등을 1~5등급으로 평가한 뒤 4등급 이하로 받으면 금융위원회의 '적기시정조치' 부과 대상이 된다.
적기시정조치는 권고, 요구, 명령으로 구분되며 조치 대상 금융기관은 △부실채권 처분 △자본금 증액 △배당 제한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6월 지방 저축은행 3곳에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고, 내달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13년 만에 경영실태평가…'경고장' 받을 저축은행 어디?(6월19일)
앞선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추가 평가 대상을 결정한 건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반기 저축은행 실적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데 PF대출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경공매 활성화를 포함해 부실 PF 정리를 적극적으로 주문했는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저축은행들이 버티자라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복현 "버티기, 일종의 분식회계"…구조조정 본격화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하, 부동산 경기 회복 등을 기대하며 부실 PF정리를 늦추고 있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지만 지역과 주택 종류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갈리고 있다"며 "수도권 일부 아파트만 살아날 뿐이고 저축은행들이 가진 오피스텔, 빌라 등의 부지는 당분간 본PF로 넘어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저축은행의 소극적인 충당금 적립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버티기'가 숨어있다"며 "심하게 얘기하면 일종의 분식회계로 금감원이 매각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영실태평가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저축은행의 버티기가 이어지면서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최악의 경우 '적기시정조치'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주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PF 사업장 재평가 결과 등이 발표되면 PF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