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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문화' 손보겠다는 임종룡…우리금융 내부선 '냉랭'

  • 2024.10.16(수) 07:20

분파적 문화 없애겠다지만 "파벌에 학벌 더했다" 비판
취임후 '동문' 잇단 중용, 기대에서 실망으로…'의구심만'

우리금융지주의 '기업문화'가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우리금융지주의 독특한(?) 기업문화인 '파벌'이 지목되면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의 파벌문화를 종식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의 기업문화를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를 두고 조소 섞인 반응도 나온다. 임종룡 회장 역시 취임 이후 계파갈등을 묻어두려는 듯한 행보를 보였고 제 식구 챙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에서다. 

수면위로 떠오른 우리금융지주 '파벌문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통합은행 성격이 짙은 우리은행에는 오랜기간 민영화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다"라며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이 말한 '음지의 문화'는 우리은행 내 뿌리깊게 자리잡은 '파벌문화'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의 파벌문화의 시작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과거 외환위기(IMF) 당시 국내 굴지의 은행들도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지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들 은행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시켜 '한빛은행'을 만들었다. 이후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라는 거대한 두 은행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현재의 파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큰 은행이 작은 은행을 흡수하는 것이 아닌 두 은행이 대등한 위치에서 하나가 되는 방식의 M&A가 이뤄진 것이 파벌이 생기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대등합병이 아닌 흡수합병을 택한 신한은행(조흥은행과 합병), 하나은행(외환은행과 합병)에서는 파벌 다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민영화하지 못하고 정부 은행으로 있었던 것이 이를 더욱 키웠다.

한 우리금융 퇴직자는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 모두 대단히 자부심이 높았던 뱅커들"이라며 "대등한 관계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다 보니 두 출신 인사들간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잦았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한지 20여년 가까이 흐르면서 이같은 파벌문화를 '옛 일'로 치부하기도 해왔지만, 이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로 인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손태승 전 회장이 우리금융 계열사들에 친인척 대출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손 전 회장이 퇴임했음에도 그의 파벌인 한일은행 출신 임직원들이 서로서로 뒤를 봐줬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리금융 내 파벌문화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벌문화 손보겠다는 임종룡…내부선 이미 '실망'

이번 부당대출 사건으로 우리금융의 파벌문화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자 임종룡 회장이 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우리금융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임종룡 회장 역시 취임 이후 '내 식구 감싸기' 식 인사를 펼치는 등 파벌문화 종식과는 거리가 먼 경영을 펼쳐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임종룡 회장은 취임 직후 그가 졸업한 대학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 지주 핵심 임원인 이성욱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 장광익 부사장, 이해광 상무 등 임종룡 회장이 직접 꼽은 인사들 모두 임 회장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 중용받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한일'과 '상업'이라는 두 계파 사이에 'Y대'라는 새로운 파벌을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파벌을 없앨 것으로 기대했는데 학연이라는 새로운 인연을 앞세운 인사를 했다"라며 "임종룡 회장이 파벌문화를 종식시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임종룡 회장의 행보는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행보와도 대조된다. 과거 국민은행 역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파벌싸움이 치열했다. 윤종규 전 회장은 'KB사태'로 뒤숭숭했던 당시 구원투수의 역할로 KB금융지주의 수장 자리를 맡았다.

이후 그는 '탕평인사'를 바탕으로 파벌 종식과 조직 안정을 꾀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KB금융지주의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근간이 됐다는 평가다. 임 회장도 취임초 이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전혀 다른 인사 노선을 펼치면서 이같은 기대감을 꺾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손태승 전 회장의 지위를 일부 보전해 준 것 역시 우리금융 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손태승 전 회장은 퇴임 이후에도 우리금융지주의 고문역할을 수행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의 대표적인 사회공헌기구인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올해 9월까지 이름을 올렸다. 

퇴임한 인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고문 등으로 영업하는 경우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손 전 회장의 퇴임한 결정적인 이유가 금융당국의 징계 불복으로 인한 압력이 작용한 영향이 컸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손 전 회장에게 이같은 자리를 보전해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지속해 나왔다. 

다른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이 파벌의 정점에 있던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그를 내치지 않고 품고갔다"라며 "조직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파벌을 인정하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는 평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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