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가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전망과는 다르게 금리를 끌어내릴 정도로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다시 제시하면서 저성장에 빠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기준금리를 종전 3.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3.00%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끌어내린 것이다.
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환경은 갖췄다
금융시장에서는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깜짝 인하'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는 평가다.
일단 그간 통화정책을 펼치는 데 핵심 고려 사안이었던 물가는 최근 1%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안정화 하는 추세다.
금리인하 시 우려되던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고민도 어느정도 씻어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을 펼친 영향에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지라, 한은 역시 당분간 추이를 관망한 이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대응했다.
한은이 빠르게 대응한 이유로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주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날로 악화하는 상황이라 이를 더이상 지켜볼 수 만은 없었다는 의미다.
한은이 앞서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 체감 경기가 1년 1개월만에 가장 부진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들은 향후 내수 뿐만 아니라 수출 역시 부진하면서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라며 "이에 따라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기준금리 인하 메시지…저성장의 심화?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시장의 전망보다 빠르게 인하한 것에는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내수는 더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수출에 큰 타격이 있을 점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강력한 보호무역 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관세 등을 끌어올릴 경우, 우리나라 수출 역시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바뀔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약 8~14%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은 역시 "수출 증가세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내년 우리나라는 저성장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왔다. 이날 한은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