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각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풀렸지만 가계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 주택담보대출 등의 한도는 높아졌지만, 소비자의 관심인 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관리의 여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했다. 모기지보험에 가입하면 대출한도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한도 늘어도 금리 부담 커
1억원으로 제한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확대하는 추세다. KB국민은 한도를 폐지했고, 우리·NH농협은 2억원으로 올렸다.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생활안정자금 용도의 주담대 한도를 폐지했고, 케이뱅크는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했다.
한도는 풀렸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 탓에 대출 실행은 쉽지 않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연 3.42~5.92%로 집계됐다. 한달 전(3.35~5.75%)과 비교하면 하단이 0.07%포인트, 상단은 0.17%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 3.83~5.23 △신한 3.97~5.27 △하나 4.319~5.819 △우리 4.13~5.33 △NH농협 3.42~5.92 등이다. 이 기간 신한·하나은행은 금리 상하단을 각각 0.1%포인트, 0.43%포인트씩 올렸다. 농협은행은 하단 0.07%포인트, 상단 0.17%포인트 올렸다.
국민·우리은행은 한달 새 금리를 인하했지만, 인하 폭은 상하단 0.01%포인트씩으로 크지 않았다. 작년 10~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대출금리가 순차적으로 내릴 것이란 기대와 딴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추면서 그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객들의 불편함이 차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출금리의 경우 급격히 낮추면 실수요자 이상으로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제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대차에 당국도 압박…소폭 낮아질 듯
금융권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상승한 이유로 금융채 금리 인상을 꼽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등급) 금리는 3.009%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작년 12월 초 2.889%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3%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대출금리를 내리면 그간 억눌렸던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작년 하반기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금융권은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했다.
다만 앞으로 대출금리는 완만히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풀리면서 수요 흡수에 여유가 생긴 데다 예대금리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예대차는 작년 8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11월에는 모두 1%포인트를 넘어섰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신규 대출금리를 내리는 속도가 조금 더뎠다"며 "두 번째 금리인하 이후에는 감독당국도 협조를 구하고 있어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더라도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안 된다는 우려가 있어 하락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며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조금씩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