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주 '2024년 12월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지급여력제도(K-CIS·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일컫는 용어예요.
보험업감독규정은 킥스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150%(3분기 중 130%로 하향) 이상을 권고하고 있어요. 만약 보험사의 킥스 비율이 100%를 하회하면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명령·요구) 대상이 돼요.
지난해 12월 말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 가운데 킥스 비율(경과조치 후)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겨우 넘겼거나, 미달한 곳들은 5곳이었어요. 생명보험사 중에선 △KDB생명(158.2%) △ABL생명(153.7%) △푸본현대생명(157.3)이 있었고요. 손해보험사 중에선 롯데손해보험(154.6%)이 권고치를 아슬하게 넘겼고요. 최근 영업이 정지된 MG손해보험(4.1%)은 수치가 현저히 낮았습니다.

경과조치가 뭐예요?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자본)을 요구자본(부채)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값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파악할 수 있어요. 보험사의 모든 보험 계약자들이 동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죠.
아주 쉽게 설명해 볼게요. 예를 들어 킥스 비율이 100%인 A보험사의 모든 보험 계약자들이 동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럼 A보험사는 모든 보험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전부 지급하할 수 있다느 의미입니다. 130%면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고도 보험사가 쓸 수 있는 돈이 30%가 남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킥스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시행됐는데요. 제도가 바뀌는 만큼 보험사 재무제표나 영업·상품·투자전략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죠. 그래서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새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경과조치'예요.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가용자본의 경우 자산·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 감소분을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요구자본에서는 신규 보험위험 측정 및 금리·주식위험 측정기준 강화에 의한 요구자본 증가를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요. 이 중 어떤 경과조치를 적용할지는 보험사가 금감원에 신고하도록 했고요.
선택적 경과조치 적용을 신고한 보험사는 19개사(생명보험사 12개사·손해보험사 5개사·재보험사 1개사)로 전체 보험사(53개사)의 35.8%입니다.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 외감 안 받아도 '괜찮아'
금감원은 킥스 비율 산출 결과에 대해서 회계법인의 외부검증을 받도록 했는데요. 이를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과 함께 외부검증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이던스를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보험사는 연도 말 킥스 관련 업무보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고 회계법인은 검증보고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은 외부 감사 대상이 아닙니다. 실제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의 킥스 외부 검증보고서에도 외부 감사 회계법인의 설명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 킥스 외부 검증보고서를 보면 "경과조치 적용 후 금액 및 비율과 관련 주석에 대해 감사나 검토, 기타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라며 "따라서 경과조치 적용 후 금액 및 비율과 관련 주석에 대해 감사의견, 검토결론 또는 기타 어떤 형태의 확신도 표명하지 아니합니다"라고 명시돼 있어요.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 역시 감독당국의 규제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왜 외부 감사 대상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실무적 한계·효율성 측면 고려하면…
금감원은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의 경우 '과거 숫자'와 '현재 숫자'를 비교해서 영향을 보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외부 감사인의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적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요. 이를 고려해서 외부 감사 대상에서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경과조치 사항이란 게 경과조치 전 값과 후 값의 차이를 10년간 나눠서 인식하는 것이라 검증할 수는 있지만 '산수'에 가까운 일이라 검증하는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해요. 더욱이 금감원이 테마검사라든가 정기검사를 진행할 때 경과조치와 관련한 사항을 점검할 수 있어 보완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감독규정상 기준인 100%를 하회하는 보험사의 경우 따로 들여다 볼 수도 있고요.
보험리스크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역시 금감원과 공통된 답변을 내놨는데요. 이 관계자도 "외부 감사의 경우 보험사 재무 건전성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경과조치 효과는 줄어든다"며 "금감원의 테마검사나 정기검사 등 보완가능한 부분도 있어 제한된 시간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더 중요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외부 검증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도 훨씬 나을 것"이라고 부연했어요.
결국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이 외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는 실무적인 한계와 효율성에 대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건전성 점검이라는 본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회계법인과 보험사의 부담을 덜기 위한 현실적인 절충이라고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