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물치처럼 팔딱 뛰는 조직'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현실화된 셈이네요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서 만난 금융감독원 직원의 말이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금소원 두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조직개편에 대한 반대 집회다.
취임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이찬진 금감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감원의 권한, 위상, 역할 전반을 흔드는 정부 개편안에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이 원장을 향해 '조직 방어'와 '리더십 검증'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어제(9일)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본원 로비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집단 시위를 벌였다. 전체 직원의 약 30%에 달하는 700여명이 검은색 상의를 맞춰 입고 '공공기관 지정 철회하라',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피켓을 들고 소리 높여 구호를 외쳤다. 개편안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취재진이 출근한 이 원장에게 개편안과 직원 시위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물었지만 끝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 원장실로 향했다.▷관련기사 : ·금융당국 조직개편 후폭풍…내부 농성에 금융권·야당도 반발(2025.09.09)
직원들의 압박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전 금융권 간담회 현장에서도 금감원 노조 소속 직원들이 간담회장 앞에 모여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관련기사 : 이찬진, 금융사 CEO 또 불렀다…"소비자보호 거버넌스 획기적으로 강화해야"(2025.09.09)
지난 주말 확정된 개편안은 내년 1월부터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금융정보분석원 포함)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낸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사 감독 업무를 담당할 금감위원회를 부활시키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은 유지하되 그 산하 금소처는 금소원으로 분리·신설하는 한편 금감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금감원은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금소처 분리에 더해 공공기관 지정까지 겹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내부 동요가 감지된다.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경우 재경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통제가 강화되고 인력·예산 확보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연수 등 비급여성 복지 축소에 더해 처우 개선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8일 전직원 대상 긴급 설명회에서 조직개편안과 공공기관 지정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며 수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 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공지에서 "안타깝다"며 국회 논의와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금감원·금소원 기능 조정과 직원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긴급 설명회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원장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금감원 한 직원은 "내부는 초상집 분위기"라며 "사실상 강제 분리에 더해 지방 이전 소문까지 돌면서 금소처 직원들은 극도로 예민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핵심 전략 부서인 기획조정국, 인사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인사국, 원장 직속 조직인 비서실은 공공의 적이 됐다"고 했다.
가뜩이나 금융 경력이 없고 조직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 원장이다.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조직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리더십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금감원 안팎에선 이 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정부 조직개편안 추진에 힘을 싣는 역할을 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고개를 들고있다.
내부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금감원 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파업이 벌어지면 1999년 통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