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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SD바이오센서 오너 조영식의 빛 못 본 승계카드 ‘이랩’ 

  • 2023.04.17(월) 07:10

[중견기업 진단] SD바이오센서⑤
장녀 조혜임 전무, 장남 조용기 이사
2015년 이랩 설립…남매 지분 99%
바이오노트 덕에 돈 번 뒤 작년 청산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신흥 재벌’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오너 조영식 회장이 사업가의 길을 걸은 지 24년이다. 나이도 이순(耳順․60)을 훌쩍 넘긴 62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때 맞춰 2세들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반열에 오를 채비를 하는 시기, 조 회장의 대(代)물림 정지작업은 SD바이오센서 지배구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다.  

더디지만 공력 들이는 세습 작업

‘[거버넌스워치] SD바이오센서 ②편’에서 얘기한 대로, 조 회장의 SD바이오센서 계열 장악력은 막강하다. 비록 SD바이오센서 양대 사업 주력사의 현 경영 최일선에는 모태기업 옛 에스디(SD·현 한국애보트진단) 시절의 ‘믿을 맨’들을 배치하고 있지만, 조 회장의 경영 활동 또한 왕성하다.  

SD바이오센서㈜는 2021년 1월 이후 이효근(60)·허태영(54) 각자대표 체제다. SD에서 각각 혈당사업부 총괄 부사장과 영업 총괄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2011년 1월 SD바이오센서㈜ 인수 이래 이사회 의장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바이오노트에는 2년 만에 귀환했다. 2021년 2월 서울대 수의학과 후배이자 SD 연구소장 출신인 조병기(55)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을 계기로 의장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3월 이사회에 복귀했다. 

이런 이유로 조 회장의 가업세습 작업은 더딘 편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다. 2세들이 핵심 계열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게 하나의 방증이다. 부인 유복순(62) 시크리티스 대표와의 사이에 1남1녀 조혜임(36) SD바이오센서㈜ 전무와 조용기(34) 바이오노트 이사가 면면이다.  

조 전무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2013년 5월 조 회장 개인 투자사인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 마케팅부문 이사로 입사한 뒤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26살 때다. SD바이오센서㈜로 자리를 옮겨 이사를 거쳐 2021년 상무, 2022년 전무로 고속승진. 현재 마케팅총괄 전무로 활동 중이다.  

조 이사는 충남 금산의 중부대 컴퓨터학과 출신이다. 27살 때인 2016년 4월 바이오노트에 입사한 뒤 2022년 임원 타이들을 달았다. 현재 진단시약S&M 부문 국내영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남매는 주력 계열사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바이오노트 지분이 각각 1.57%다. 얼마 안 되기는 하지만 모친 유 대표(0.52%) 보다 많다. 조 전무는 SD바이오센서㈜ 0.12%도 가지고 있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조 회장이 지분 승계에도 나름 공력(功力)을 들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SD바이오센서, 바이오노트 최대주주

세습 ‘히든카드’ 이랩㈜ 순이익률 80%  

뿐만 아니다.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 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 후계 승계도 매한가지다. 조 회장이 2015년 12월 일을 벌였다. 옛 계열사 이랩㈜(eLab)가 만들어진 게 이 때다.  

자본금 7억4000만원으로 설립됐다. 초기부터 조 전무가 대표를 맡았다. 이외 이사진 한 자리는 조 이사 몫이다. 2020년 8월 모친이 이사회에 합류하기 전까지 남매 2인 체제였다. 이랩㈜가 SD바이오센서 2세 소유의 개인회사라는 뜻이다. 

소유지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조 전무가 최대주주로서 50%를 보유했다. 조 이사 몫은 49%다. ‘[거버넌스워치] SD바이오센서 ③~④편’에서 얘기한 대로, 2020년 이후 계열 편입된 엠에스코, 에임㈜, 에임텍, 엠앤디(M&D)인터내셔널 등 다른 친족사와 달리 이랩㈜의 경우 일찌감치 2016년부터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됐던 이유다. 

즉, 이랩㈜는 다분히 조 회장이 별 다른 품을 들이지 않고 2세들의 승계 재원 조성의  지렛대로 요긴하게 써먹을 여지가 있는, 일종의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초기에는 별 재미를 못 봤다. 현재 확인 가능한 범위로, 이랩㈜는 2018~2019년 매출이 4억~7억원에 불과했다. 순익 또한 2억~5억원 적자를 냈다. 

한데, 2020년을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매출이 2020년 44억원으로 뛴 데 이어 2021년에 가서는 54억원으로 불었다. 순익은 36억원 흑자로 급반전한 뒤 2021년에는 43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이 무려 80%다. 2020년 코로나19 신속 항원 진단키트 개발로 SD바이오센서 계열이 대박을 터트린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옛 이랩(주) 주주·재무실적·내부거래

2세 개인회사 반전 비결 ‘바이오노트빨’

비결? 사실 뭐, 비결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다. ‘계열빨’이다. 항원과 항체 등 핵심 원료를 바이오노트에 공급하는 게 이랩㈜의 주된 일이었다. 증거가 있다. 2019년 2억원 정도였던 바이오노트의 이랩㈜로부터의 매입 등의 거래액이 2020년 41억원에 이어 2021년에는 60억원으로 뛰었다. 

한데, 이랩㈜는 느닷없이 작년 3월 청산됐다. 같은 해 12월 계열사 바이오노트가 증시 상장을 앞둔 시점이었고, 결과론적 얘기지만 계열 총자산 4조7000억원(2022년 말)으로 오너 일가 사익 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대기업집단 지정에 목전까지 간 때라는 점에서 보면 나름 수긍이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해 7월 친족사 에임㈜, 에임텍이 HLB그룹에 매각되며 계열 제외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2021년 말 이랩㈜의 총자산은 91억원, 자기자본은 84억원이다. 비록 ‘승계 카드’가 제대로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찌됐든 적잖은 청산의 대가가 조 회장의 2세 남매에게 돌아갔음을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래저래, 향후 조 회장의 세습 전략에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다. (▶ [거버넌스워치] SD바이오센서 ⑥편으로 계속)

SD바이오센서, 바이오노트 재무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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