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체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인바디 기기를 사용듯이, 앞으로는 피부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휴앤바이옴이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피부 측정기가 아니라, 피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는 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플랫폼입니다.”
안용주 휴앤바이옴 대표는 지난달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지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휴앤바이옴은 피부 측정 장비 '스킨큐브'와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형 뷰티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바이오 데이터 기업이다.
휴앤바이옴은 최근 글로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휴앤바이옴은 피부 데이터를 정밀하게 측정·해석하고, 코스맥스는 이를 실제 화장품 개발과 맞춤형 솔루션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양사가 맞닿은 지점은 '데이터 기반 뷰티'다.
안 대표는 "뷰티 산업은 오랫동안 감각과 경험에 기반해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데이터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피부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제품과 관리법을 제안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 경험이 피부 데이터로
휴앤바이옴은 2020년 말 유전체 분석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멤버들이 창업했다. 안 대표와 안궁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등에서 연구개발과 소비자 직접 의뢰, 이른바 DTC 서비스를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이들이 피부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바이오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 때문이었다. 유전체나 장내 미생물 데이터가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의 기반이 될 수 있듯, 피부 데이터 역시 맞춤형 뷰티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안 대표는 "바이오 데이터는 단순히 많이 모은다고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며 "어떤 데이터가 의미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야 실제 서비스로 연결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IT 기반 AI 기업과 바이오 데이터 기업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학습에 들어가는 데이터의 품질과 해석 방향이 잘못되면 실질적인 피부 솔루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피부 데이터는 실험실에서 얻은 값과 현장에서 측정한 값, 소비자의 생활 습관 정보가 함께 연결돼야 의미가 커진다"며 "휴앤바이옴의 강점은 바이오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피부 과학을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킨큐브'는 시작일 뿐
휴앤바이옴이 올해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핵심 제품은 피부 측정 장비 스킨큐다. 스킨큐브는 병의원, 에스테틱 숍, 뷰티 브랜드 매장 등 전문적인 피부 진단이 필요한 현장을 겨냥한 장비다.
스킨큐브는 피부 표면뿐만 아니라 피부 장벽의 핵심 요소인 미생물까지 측정해 맞춤형 화장품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존 2억원대를 호가하던 고가의 정밀 장비를 팩트하게 구현하면서도 정확도를 극대화했다. 유분, 수분, 색소, 탄력 등 기본 지표는 물론, 한국인 피부의 12가지 표현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 진단 솔루션을 제공한다.
휴앤바이옴은 한국인 피부 특성과 노화 패턴을 반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부 유형을 세분화하는 연구도 진행해왔다.
하지만 안 대표가 스킨큐브에서 더 강조하는 것은 하드웨어 자체가 아니다. 그는 스킨큐브를 '피부 데이터가 쌓이는 첫 번째 접점'이라고 설명했다.
"장비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휴앤바이옴이 궁극적으로 하려는 일은 장비 판매가 아닙니다. 스킨큐브는 피부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하는 입구입니다. 현장에서 측정된 데이터가 쌓이면 개인별 피부 변화 추이를 볼 수 있고, 더 정교한 제품 추천과 관리 솔루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피부 겉과 속 함께 본다 '스킨 유니버스'
휴앤바이옴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축은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다. 피부 표면의 상태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부에 존재하는 미생물 생태계까지 분석해 보다 입체적인 피부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안 대표는 이를 '스킨 유니버스'라고 부른다. 피부의 겉과 속을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피부는 겉으로 보이는 수분, 유분, 색소, 탄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피부 표면에 존재하는 미생물 환경도 피부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겉에서 보이는 변화와 미생물 데이터를 함께 보면 개인의 피부를 훨씬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휴앤바이옴은 스킨큐브 출시 이후 피부 미생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키트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장비로 피부 표면을 측정하고, 진단키트로 피부 미생물 환경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스킨큐브가 피부의 외형적 데이터를 보여준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진단은 피부 안쪽 생태계를 이해하는 도구"라며 "두 데이터가 연결될 때 진정한 개인 맞춤형 뷰티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장비 회사 아닌 데이터 플랫폼
휴앤바이옴의 사업 모델은 장비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스킨큐브 보급을 통해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며, 장기적으로는 맞춤형 제품 추천과 원료 매칭, 브랜드 협업, 데이터 기반 컨설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구조다.
안 대표는 "스킨큐브가 많이 보급될수록 더 많은 피부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분석 모델은 정교해진다"며 "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휴앤바이옴은 단순 기기 업체가 아니라 뷰티 데이터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뷰티 인텔리전스'라고 부른다. 피부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해석해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휴앤바이옴은 우선 한국인 피부 데이터를 중심으로 모델을 고도화한 뒤, 향후 글로벌 피부 데이터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종, 지역, 기후, 생활 습관에 따라 피부 특성과 미생물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한국인 피부 데이터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피부 데이터를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글로벌 뷰티 기업들과의 협업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휴앤바이옴이 코스맥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것도 이 같은 비전과 맞닿아 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화장품 ODM 시장에서 대규모 제품 개발·생산 경험을 갖고 있다. 휴앤바이옴 입장에서는 자사의 피부 데이터 해석 기술을 실제 화장품 개발과 소비자 접점으로 확장할 수 있는 파트너인 셈이다.
안 대표는 "데이터가 제품과 연결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렵다"며 "코스맥스와의 협력은 피부 데이터가 원료, 제형, 제품 추천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부 인바디' 시대 열 것"
안 대표는 누구나 자신의 피부 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하며, 그에 맞는 제품과 관리를 선택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피부 인바디 시대'라고 표현했다.
인바디가 체성분 관리를 대중화했듯, 스킨큐브와 마이크로바이옴 진단이 피부 관리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다.
휴앤바이옴은 지난 5년간 연구개발에 집중해 기술적 기반을 다져왔다. 올해부터는 스킨큐브 양산 모델 출시와 진단키트 개발을 통해 시장 검증에 나선다. 회사는 장비 보급과 데이터 비즈니스가 본격화되면 맞춤형 뷰티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제는 기술을 시장에서 증명해야 할 시기"라며 "휴앤바이옴은 피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전문가, 브랜드가 모두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