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하나로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을 한번에 잡는 만성질환 복합제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보령은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잡는 3제 복합제를 출시했고, JW중외제약과 대웅제약은 저용량 이상지질혈증 복합제로 초기 환자 공략에 나섰다. 만성질환 시장을 잡기 위한 제약사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지난 1일 고혈압·이상지질혈증 3제 복합제 '카나브젯'을, JW중외제약은 이상지질혈증 저용량 복합제 '리바로젯 1/10㎎'을 각각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1일 이상지질혈증 저용량 복합제 '바로에젯'을 출시한 바 있다.
보령,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시장 진입
보령이 뛰어든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은 언뜻보면 구분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고혈압은 혈관 속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다. 반면 이상지질혈증은 흔히 '고지혈증'으로 부르는 질환으로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고지혈증으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진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압이 오르고, 높은 혈압은 혈관 벽을 손상시켜 콜레스테롤이 더 잘 달라붙는 환경을 만든다. 두 질환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구조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10명 중 7명이 고지혈증을 함께 앓는다. 두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많은 만큼, 한 알로 두 질환을 함께 잡는 복합제 수요도 꾸준하다.
현재 급여 등재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는 2제 11개, 3제 10개, 4제 3개로 총 24종이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비아트리스 카듀엣, 한미약품 아모잘탄엑스큐 등이 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보령의 '카나브젯'은 이 시장의 신규 진입자다. 고혈압 치료제 '피마사르탄'에 '아토르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3제 복합제로, 카나브를 기반으로 한 '카나브 패밀리'의 새 구성원이다.
혈압은 '피마사르탄'을 통해 안지오텐신 수용체를 차단해 낮추고,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합성되는 양을 줄이는 '스타틴'과 소장에서 흡수되는 양을 막는 '에제티미브'가 함께 작용한다. 서로 다른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구조여서 단일제를 따로 쓸 때보다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JW중외·대웅, 복합제로 초기 환자 공략
JW중외제약과 대웅제약은 고혈압 없이 이상지질혈증만 앓는 환자, 특히 초기 환자를 타깃으로 저용량 복합제를 내놨다.
저용량 복합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스타틴은 용량을 늘려도 약효가 비례해 높아지지 않는 반면 고용량일수록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저용량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더하면 부작용 부담은 줄이면서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JW중외제약은 피타바스타틴 오리지널 '리바로'를 기반으로 복합제 라인업을 꾸준히 넓혀왔다. 리바로젯, 리바로브이, 지난해 말 출시한 리바로하이(피타바스타틴+암로디핀+발사르탄), 올해 초 출시한 리바로페노(피타바스타틴+페노피브릭산)에 이어 이번엔 저용량 제품 '리바로젯 1/10㎎'을 추가했다. 스타틴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나 단일제로 조절이 부족한 환자까지 처방 범위를 넓혔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도 역시 저용량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출시한 '바로에젯'은 피타바스타틴 저용량에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복합제다. 대웅제약이 발표한 바로에젯의 임상 결과 따르면 8주차 기준 LDL-C가 43.9% 감소해 피타바스타틴 1㎎ 단일요법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바뀐 처방 트렌드 & 환자 편의성…경쟁↑
초기 환자에게 복합제를 처방하는 트렌드 변화도 경쟁을 키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단일제부터 시작해 효과가 부족하면 약을 추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서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은 초기부터 복합제로 증상을 강하게 잡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입장에서도 복합제가 유리하다. 서너 알을 매일 복용하던 것을 한 알로 해결하니 복약편의성도 높아진다. 초기 처방약이 많아질수록 환자들은 복약 부담을 느껴 처방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복합제로 줄이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복약 순응도가 올라가면 치료 효과도 그만큼 높아진다.
제약사들이 다양한 만성질환 복합제를 출시하는 것은 시장 특성 때문이다.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은 완치가 없다. 수치를 관리하는 게 치료의 전부고, 약을 평생 꾸준히 먹어야 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환자 수가 늘어나는 데다 수요가 끊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한고혈압학회 2025년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자는 약 1260만명으로 2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환자 수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만성질환 특성상 꾸준한 처방이 이어지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라인 추가만으론 쉽지 않아"…치열한 시장
제품 라인업을 보강하는 복합제 출시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품력 못지 않게 영업력이 중요한 시장이란 의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 복합제 시장은 결국 영업력 싸움"이라며 "의사들에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처방을 설득하느냐가 점유율을 가른다"고 말했다.
여러 제약사가 동시에 유사한 제품을 들고 시장에 뛰어든 만큼 영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