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이 예상보다 많이 팔리면 약가를 인하하는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올해부터 강화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란 건강보험 등재 당시 정부와 제약사가 설정한 예상 사용량(청구액)이 실제보다 많으면 보험 재정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약가를 낮추는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약품 판매량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약가 인하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제약 업계 내에선 오는 8월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대규모 약가 인하까지 예고되면서 수익성 압박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처방 실적 확대 품목 대상 약가인하
10일 업계에 따르면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매년 6~8월 협상을 통해 약가 인하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주요 품목의 처방 실적이 늘어난 기업들을 중심으로 협상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건강보험 급여 등재 이후 실제 사용량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초과한 의약품의 약가를 사후 조정하는 제도다. 건강보험 등재 당시 예상했던 급여 청구 규모보다 실제 처방액이 크게 늘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증가하면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가 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한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크게 가·나·다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제약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다형이다. 다형은 예상 청구액 협상 없이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을 관리하는 제도인데 시장에서 사용량이 급증한 품목을 중심으로 약가가 조정되는 만큼 제약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다형은 전년도 청구액이 직전 연도와 비교했을 때 60% 이상 증가했거나, 청구액 증가율이 10% 이상이면서 증가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경우 협상 대상이 된다.
기존 약가 인하율 10%→ 15% 상향
앞서 정부는 2024년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을 통해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대상 약제의 최대 약가 인하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상향했다. 업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까지는 경과조치로 최대 12.5%가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최대 15% 인하율이 본격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대상에 선정될 경우 과거보다 더 큰 폭의 약가 인하가 가능해졌다. 시장 확대에 성공해 처방이 빠르게 증가한 품목일수록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주요 품목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의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로수젯',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동아에스티의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 등 총 110개 품목이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을 거쳐 약가가 인하됐다.
이들 품목은 모두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처방 규모를 확대한 제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건강보험 재정 관리라는 정책적 목적을 갖고 있지만, 시장 확대에 성공한 품목일수록 약가 인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약이나 개량신약 개발, 적응증 확대, 영업·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처방을 늘리고 시장을 확대하더라도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약가 인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투자와 시장 확대 노력이 오히려 약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8월 대규모 약가인하 중복…수익성 훼손 심화
올해는 사용량-약가 연동제 강화에 더해 오는 8월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대규모 약가 인하도 예정돼 있다. 해당 제도 개편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의 상한금액이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대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여러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중첩되면서 수익성 압박이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약가 인하 요인은 늘어나는 반면 비용 부담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으로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잇따른 약가 인하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량-약가 연동제와 약가 재평가 등 각종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반복적으로 적용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사업 예측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가 정책과 산업 육성 정책 간 균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