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바이오 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오스코텍·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이전, 디앤디파마텍의 긍정적 임상 결과 발표 등 연이은 호재도 시장 분위기를 반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올해 큰 기대 속에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텍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초기 프리미엄을 모두 반납하고 공모가 수준이나 그 이하로 주저 앉았다. 메자닌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던 기업들은 리픽싱과 상환청구를 통한 자금 회수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장 프리미엄 실종…공모가로 '회귀'
올해 코스닥에 입성했던 카나프테라퓨틱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메쥬, 인벤테라 등은 상장 첫날 형성됐던 프리미엄이 대부분 사라졌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 2만6000원에서 상장 첫날 종가 10만4000원까지 오르며 이른바 '따따블'을 기록했고,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인벤테라도 각각 공모가 대비 15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메쥬 역시 첫날 80% 넘게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 4개사 주가는 공모가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내려왔고 상장 첫날 종가와 비교하면 평균 6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 대비로는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첫날 종가와 비교하면 주가가 4분의 1 수준으로 밀렸다.
이들 기업들은 상장 후 3개월, 6개월 보호예수와 기관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순차적으로 풀리고 있다. 상장 직후 '대박'을 기대했던 투자자와 기관들은 이제 회수 전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주가를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전환사채, 조기 상환청구·리픽싱 어쩌나 '부담 가중'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빠지면서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했던 상장사들은 '주가 하락'의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장 바이오기업 다수는 임상개발과 운영자금을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방식으로 조달해 왔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전환권 행사를 통해 자본 확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 투자자는 주식 전환 대신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이 낮아지는 리픽싱 조항도 기존 주주에게는 희석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년간 전환사채(CB)로 자금을 조달한 A사는 주가 하락 이후 일부 CB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가 현실화됐다. 또한 전환가액과 현재 주가의 괴리가 발생하면서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주가하락으로 인한 상환청구와 리픽싱 발동으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홍보자료 배포, 자사주 매입 등으로 대응하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가하락은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HLB제약, 툴젠, 엔젠바이오, 퓨쳐켐 등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당초 계획한 자금 조달 규모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가 하락이 단순한 투자손실을 넘어 상장 유지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기준이 도입되고 시가총액 기준도 강화되면서, 바이오기업들은 투자심리 위축과 제도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비상장 기업도 위축…반등을 위한 조건은?
비상장 바이오기업들도 부담이 커졌다.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 수준이나 그 아래로 내려오면서,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공모가 산정과 밸류에이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상장된 바이오텍도 주가가 크게 빠진 상황에서 굳이 유동성이 낮고 회수 시점이 불확실한 비상장 바이오에 신규 자금을 넣을 유인이 줄어든다.
엑셀러레이터 업계 관계자는 "공개시장에서도 바이오가 외면받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더 큰 비상장 바이오 투자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바이오 섹터의 반등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스코텍, 한미약품, 디앤디파마텍 등에서 확인된 기술이전과 임상 성과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경쟁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대형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시장이 다시 바이오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단발성 호재가 아니라 연속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후기 임상 성과, 실제 현금 유입 사례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좋은 뉴스도 시장에 오래 반영되지 않는 구간"이라며 "변동성이 안정되고 기술이전이나 임상 성공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와야 투자자들이 다시 바이오 섹터를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