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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넘다]현대·기아차①해외에 길을 묻다

  • 2013.06.04(화) 08:00

해외생산·판매 확대..환율·현지화 두 토끼 잡는다

지칠 줄 모르고 달려가던 현대·기아차가 주춤거리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작년에 이어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해외시장도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제자리 걸음을 했다. 기아차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국내 생산 유럽수출 물량도 급감했다. 최근 엔저에 힘입은 일본 메이커들의 공세도 거세다.

여기에 노사문제는 늘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이다. 지난 3월부터 지속된 현대차 울산공장 특근거부도 지난 1분기 현대차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특근거부 문제는 타결됐지만 임단협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

◇'속도 줄은' 현대·기아차, 산넘어 산

 

작년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질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 덕분이었다. 세계 경기 침체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승승장구하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올해들어 현대·기아차의 질주 속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미국 시장에서는 전통의 강호인 GM, 포드 등에 밀렸다. 지난 1분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GM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9%, 포드는 11%, 크라이슬러는 8%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1분기에 전년대비 2%, 기아차는 4%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도 3년만에 처음으로 8%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도 대폭 줄었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 생산분의 유럽 수출물량은 1만2873대로 전년대비 20% 급감했다. 이는 울산공장의 특근 거부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특근거부 사태는 타결이 됐지만 특근 재개 효과가 얼마나 빨리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본격적인 하투(夏鬪) 시즌이 곧 시작된다는 점도 악재다.

◇'엔저' 업은 일본 업체들의 공습

최근의 '엔저'현상도 현대·기아차에겐 큰 부담이다. 현대·기아차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다. 따라서 엔저 현상이 지속될 수록 부담은 더욱 커진다. 반면, 일본업체들에게 엔저현상은 호재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를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실제로 도요타는 과거 엔화 약세 기간이었던 2005년~2007년에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상승시킨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3월 미국시장에서 도요타의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9%, 혼다는 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는 제자리 걸음을 했고 기아차는 8% 감소했다.

해외시장 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에서도 일본 메이커들의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엔저에 힘입어 내수시장에 종전보다 훨씬 싼 가격의 자동차들을 쏟아내고 있다. 동급에서 경쟁하는 현대·기아차에게는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에,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덤벼드는 일본 메이커의 공습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 현대·기아차 "해외가 답이다"

그렇다면 위기에 봉착한 현대·기아차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현대·기아차의 지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그곳에 답이 있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해외 공장 생산·판매 비중은 역대 사상 최고치인 61.9%를 기록했다. 완성차 기준으로는 72만5065대에 달한다. 기아차도 43.6%로 전년동기대비 16.8% 늘었다. 그리고 이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분기에 현대차가 생산한 자동차 10대 중 6대, 기아차는 4대가 해외에서 생산·판매된 셈이다.

 


[현대차 인도공장 생산라인]


현대·기아차가 해외 생산·판매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환율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다. 또 '현지화'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도 현대·기아차가 해외 생산·판매에 주력하는 이유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비중은 전체 판매대수의 75~80%에 달한다. 따라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만이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는 곧 해외 생산·판매가 현대·기아차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현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0.7% 감소했다. 기아차는 35.1%나 줄었다. 만일 중국을 중심으로한 해외 생산·판매가 없었다면 지난 1분기 현대·기아차는 '어닝 쇼크'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시장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갖은 악재 속에서도 해외 생산·판매가 굳건히 버텨줘서다.

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의 해외 비중 확대 전략에 대해 긍정적이다. 통상적으로 2~3분기가 자동차 성수기인 만큼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회복된다면 작년의 쾌속질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글로벌 전역에서 생산, 판매, 실적이 모두 높은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아울러 수익기여도가 높은 미국에서도 승용부문의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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